은행권 주담대 4조8천억 늘어…완만한 둔화...

서울의 한 부동산 앞에 붙은 안내문. 연합뉴스

11월 들어 27일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4조8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11월 증가세는 전달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택 거래가 줄어든 만큼 앞으로 빚 규모가 완만한 둔화 추세를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의 잠정 집계를 보면,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은 11월1∼27일 4조9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주담대 증가분이 4조8천억원을 차지했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 8월 7조원에서 정점을 찍은 뒤 10월 5조8천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월말 집단대출 취급 규모가 변수이긴 하지만, 잠정 집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달에도 증가세가 더뎌지게 된다.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1월1∼27일 2조3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1월 증가폭은 전달(6조3천억원)에 비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2조6천억원 줄어들며 감소폭을 키운 영향이 컸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대출 공급여력 쪽의 요인도 있는 것 같다”며 “가령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데 신용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가계대출이 안정적인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최근 부동산 매수 심리가 다시 위축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주담대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서울 주택 거래량은 이달 들어 급감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꾸준히 월별 5천∼7천호를 유지하다가 11월(1∼28일)에는 2500호 안팎으로 줄었다.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의 접수가 지난 9월27일부터 중단된 것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계대출을 다시 자극할 만한 요소도 남아 있다. 일단 이달 들어 주담대 금리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정치권 요구로 시작된 상생금융 바람이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 가계대출을 더 키우지 않을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준수 부원장은 “상생금융이 시장금리를 왜곡하는 쪽으로 가는 건 우리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급적이면 시장금리라는 원칙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식 대신 기존 대출 보유자가 낸 이자의 일부를 사후적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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