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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발묶인 ‘방폐장 특별법’, 여야 원전 갈등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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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21일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에서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포장한 드럼 용기를 적재한 운반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을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고준...

2015년 12월21일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에서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포장한 드럼 용기를 적재한 운반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을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를 저장·처분하는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장을 짓기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법안 발의 이후 2년 넘게 국회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다. 야당과 여당의 ‘탈원전 대 원전 활성화’ 기조가 맞서면서 논의가 공전하고 있어서다.

19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 시설(방폐장) 조성을 담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은 모두 3개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 의원이 2021년 9월에 대표 발의했고, 이후 국민의힘 이인선(수성을)·김영식(구미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고준위 방폐장 필요성이 공론화하면서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들이다. 특별법에는 부지 선정 절차와 이를 담당할 조직의 설립,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 홍익표 의원(민주당)이 발의한 ‘방폐물관리법 전부 개정안’도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10차례에 걸쳐 법안 심사 작업을 벌였다. 여야 모두 특별법 제정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세부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점 명시 여부와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 저장 시설의 규모 등이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 처분시설의 확보 시점 모두 명시를, 야당은 최종 처분시설 확보 시점만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여당은 원자로 운영허가가 향후 연장될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야당은 기존 원자로가 설계될 때 명시된 수명 기간까지만 고려해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은 원전의 추가 연장 운영(이하 계속 운전)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탈원전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원전 업계는 “기존 원전 기준으로 용량을 계산할 경우 사실상 계속 운전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방폐장 특별법은 기존 원전의 추가 연장 운영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관련 논의를 지속했지만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에 머물렀다. 노무현 정부에서 2005년 11월 경북 경주 부지확보에 성공했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제정·시행하고 공론화 제도를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 공론화 제도에 근거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며 의견 수렴을 진행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9년부터 2년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운영한 바 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지난 6일 발표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91.8%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리시설 마련이 시급하고 답했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지난 1~3일에 열린 한 학술발표회 기조강연에서 “원전을 운영 중인 상위 10개국 중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위한 부지 선정도 이뤄지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고준위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은 특별법이 시행된다 해도, 부지 선정부터 매우 까다로운 문제라서 완공까지 최장 37년가량이 걸린다”고 말했다.

원전 24기를 가동 중인 우리나라는 폐기물을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습식저장조)에 한시적으로 그냥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원전에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임시저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7년 뒤인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저장시설은 포화 상황에 들어선다. 1978년 국내 원전이 가동되기 시작한 뒤 누적된 고준위 방폐물은 1만8600톤(t)에 이른다.

고준위 방폐장 관리사업자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쪽은 “여야 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해 각자 법안을 발의했다. 원전 지역 주민, 학계, 산업계 모두 특별법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여야가 각자 입장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중재안을 찾는 데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산중위 법안심사소위는 오는 22일과 29일 특별법안 심사에 다시 나선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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