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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민주화를 향한 을지로위원회의 10년 실험과 성찰

Summary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2021년 6월 국회에서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발족식을 하고 있다.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 제공 국가 발전의 장기비전과 전략을 모색해온 ‘정책공...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2021년 6월 국회에서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발족식을 하고 있다.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 제공

국가 발전의 장기비전과 전략을 모색해온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이 단기적인 정책 쟁점뿐 아니라 향후 2050년까지 중장기적인 미래 어젠다를 발굴하고 제시하는 글을 한겨레 온라인을 통해 선보입니다. 포용과 혁신은 2021년 창립된 민간 싱크탱크로서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120여명의 진보적인 교수와 연구자들이 모인 정책공간입니다. 게재 글은 격주로 열리는 목요포럼의 발제와 지정토론을 중심으로 임채원 포용과 혁신 정책기획위원장(영국 에딘버러대 방문학자)이 맡습니다.

한국의 중도적 진보정당은 노르딕 복지국가의 사민주의 정당과 어떻게 다른가? 그 역사적 맥락은 어떠한가? 스웨덴 사민주의 정당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수를 확보하고 노동계급을 기반으로 중도 확장을 추구해서 집권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중도주의를 지향했다. 사민주의 이론가인 비그포르스(Ernst Johannes Wigforss)는 이러한 진보적 중도주의 정당의 운명을 ‘잠정적 유토피아(provisional untopia)’라고 했다. 그는 진보에 대한 믿음으로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하는 진보적 중도주의는 잠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에 반해 한국의 진보적 중도주의 정당은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해서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의 비전과 활동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가졌다.

주제 발표는 을지로위원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민주당 진성준 국회의원이 맡았고, 지정토론은 심미선 교수(순천향대)가 이어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을지로위원회의 출발은 2013년 5월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사태가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을지로위원회 태생은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성찰과 반성에 기인합니다.

그 시작은 2010년 지방선거였습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핵심적인 정책 이슈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이었고, 이 공약에 국민적 지지가 쏟아지며 민주당이 승리하게 됐습니다.

실제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시대적인 과제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선점하고 국민을 설득하려 했고 81석에서 127석으로 의석을 늘리며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 흐름을 국회에서 구체적인 입법으로 이어가지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 적어도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신념으로 체화했다거나 구체적인 입법으로 현실화하려는 의지까진 갖추지 못했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정당 패배의 교훈

2012년 대선에서 우리가 선점했던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내세우지 못한 반면, 박정희 대통령 후광을 업은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나 맞춤형 복지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댓글 공작처럼 부정선거도 패배 원인 중 하나지만, 정치사적 흐름과 시대정신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실천들이 보이지 않으면서 선거에 패배했습니다.

그 후 현장에서 국민 애환을 보듬는 일이 필요하다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깨달음이 을지로위원회라는 조직적 성과로 귀결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과제는 2012년 국민께 약속했지만, 박근혜 정부에 의해서 송두리째 유보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본 궤도에 올려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시대적 과제 외에도, 전 정부가 남겨놓은 유산을 청산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했습니다. 전임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였다면, 문재인 정부도 시대적 과제인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문을 여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10년에 걸친 상설위원회 활동

최근 을지로위원회 활동이 낡은 진보라는 식으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다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 또는 확신이 부족했기에 발생한다고 여깁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재집권전략보고서 1장에 나오는 총론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당내 상설위원회 가운데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많은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평가받으면서도, 아직 을지로위원회의 이러한 정책 노선은 당의 중심으로 서 있진 못합니다.

을지로위원회 녹서인 ‘민주당 재집권전략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본 이유입니다. 을지로위원회가 올해 초 활동내용을 담은 2차 백서가 블랙박스라면 앞으로 갈 길을 보여주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였습니다.

우리 시대의 과제를 분야별로 한번 점검하고, 논쟁 해주기를 바라는 점도 담아보자던 것이 재집권전략 보고서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재집권전략으로서 녹서의 발간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분단으로 ‘정치적·정책적 상상력’에도 큰 한계와 제약이 있습니다. 이 굴레와 한계를 벗어나야 양극화와 빈부격차 해소에도 자유롭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 사례를 보겠습니다. 기름값 상승 부담을 줄이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하고자 독일에서 9유로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한 달 이용권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도 여러 제안과 논의가 있었지만 정책 단위에서 부결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시가 다소 부족하지만, 6만5천 원에 대중교통 한 달 무제한인 교통카드를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선 민주당이 처음 제안했던 정책을 서울시가 채택한 것입니다. 민주당이나 진보진영 또 전문가들이 정치적·정책적 상상력의 한계, 이념적 한계 이런 것을 좀 벗어나서 더 넓게 자유롭게 사고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진전되려면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란 분명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망설임 없이 밀고 가는 강력한 의지와 무궁무진한 ‘정치적·정책적 상상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심미선 교수는 토론에서 민주당의 정책방향이 재집권 전략과는 거리가 있고, 문재인 정부의 재집권 실패는 부동산과 조세정책의 실패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은 이상적이지만 전략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을의 논물을 닦아주는 국회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을의 눈문을 닦아주는 정치,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정책에 반감은 없다. 그런데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내가 낸 세금이 쓰이고, 나의 세금은 늘어난다면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에 대한 지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것이 민주당의 정책방향은 될 수 있지만 재집권전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의 실패는 부동산과 조세 형평성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종부세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 그리고 현재의 조세제도가 형평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을지로위원회의 역할은 민생을 돌봐야하는 국회의원이 꼭 해야 할 역할이고, 이런 위기의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민주당의 지향점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존중하지만, 재집권전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국민들이 불편해 하는 정책의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수정하는 게 먼저고, 그 다음에 타겟지향적 정책을 논의할 수 있다.”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한국 정당에서 드물게 10여년의 기간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한국의 진보적 중도주의 정당은 노르딕 사민주의 정당과 같은 가치를 갖지만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에서 상이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한국 진보정당의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에 하나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한계와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지만 이 위원회의 활동은 한국 진보정당의 비전과 활동에서 중요한 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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