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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동결해도…미국 따라 오르는 시장금리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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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고금리의 장기화’는 한국은행도 달갑지...

지난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고금리의 장기화’는 한국은행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나 금융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10월 회의까지 여섯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긴축 기조 유지’라는 말을 한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간 금통위 결정문을 보면, 현행 연 3.5%의 기준금리는 충분히 긴축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런데 대외 여건의 변화 때문에 이런 판단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 강화’는 한은으로서는 대외 여건의 곤란한 변화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멈춘 지난 9개월 동안 미국은 네차례에 걸쳐 누적 1%포인트,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섯차례 누적 2%포인트, 영국도 다섯차례 누적 1.75%포인트, 캐나다는 세차례 누적 0.75%포인트씩 정책금리를 올렸다. 주요국 정책금리는 모두 우리보다 높아졌고, 특히 한-미 간에는 2%포인트라는 역대 최대 차이로 정책금리가 역전된 상황이다.

게다가 9월 이후에는 중장기 시장금리까지 한-미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국내 외환·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금리 지표로 여겨지는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를 비교해보면, 올해 1월 0.096%포인트(월평균 기준)에 불과하던 한-미 격차가 9월에는 0.622%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에 따라 5월까지만 해도 한은 기준금리보다 더 낮았던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9월21일 4%선을 돌파한 뒤 미 국채 금리를 따라가고 있다. 중장기 시장금리의 한-미 간 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정책금리의 한-미 간 격차에 대해 “‘유의’할 뿐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본다. 하지만 중장기 시장금리의 격차 ‘동조화 경향’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어서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결정한 금리는 금융기관 간 단기금리, 은행 예금·대출금리, 중장기 시장금리의 차례로 영향을 미치는 게 정상적인 파급 경로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는 장기물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 등락의 파급력이 더 빠르고 큰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 때문에 미국 중장기 시장금리가 많이 올라가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따라서 올라가고 있는데,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균형금리 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답도 찾을 수 없는 현상”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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