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우디 경제도시에 조립공장 만든다…중동 첫 생산기지

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동차 조립 합작공장을 세운다. 중동 지역 내 첫 생산 시설을 짓는 것으로, 현대차는 중동은 물론 북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2일(현지시각)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반제품조립(CKD)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식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진행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PIF 총재, 야지드 알후미에드 PIF 부총재 등이 함께 자리했다.

합작공장은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공장이 들어설 곳은 사우디 서부 지역에 들어선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다. 이 곳은 사우디 제2의 도시이자 최대 무역항이 위치한 제다로부터 100km가량 떨어져 있다. 최근 전기차 업체의 투자가 잇따르고 부품업체들이 입주하는 등 중동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합작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 2026년 상반기 양산이 목표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모두 생산한다. 현대차와 피아이에프는 공장 건설에 5억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하며, 지분은 현대차가 30%, PIF가 70% 나눠 갖는다.

사우디는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성장 동력을 키운다는 목표로 국가 발전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을 진행 중이다. 이번 합작 건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앞서 현대차는 2032년 35만대, 기아는 2030년 21만대를 중동 시장에서 판매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힌 바 있다. 올해부터 연평균 약 6.8%씩 판매를 늘려 2030년께 2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게 현대차·기아의 목표다. 지난해 현대차는 이 시장에서 18만2934대(8%), 기아는 14만1505대(6.2%)를 팔았다. 지난해 기준 중동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229만여대다.

현대차는 사우디 합작공장에 고도의 자동화 공정과 지역 맞춤형 설비를 적용할 방침이다. 생산 라인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중심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사장은 “합작공장은 전기차 생산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지역 내 지속가능한 친환경차 산업이 조성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지드 알후미에드 부총재는 “현대차와의 협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동차 생태계 육성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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