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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빌미로 디지털 기업 누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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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을 만들면서 정부는 가짜뉴스가 아닌 ‘정직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직 뉴스나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정부가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내용을 퍼뜨...

이 법을 만들면서 정부는 가짜뉴스가 아닌 ‘정직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직 뉴스나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정부가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내용을 퍼뜨리는 자들,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자들, 의도적으로 증오를 퍼뜨리는 자들만을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방글라데시가 채택한 디지털 보안법(Digital Security Act)이다.

체포영장 없이도 혐의가 있는 사람을 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 법의 제정 이후 수많은 언론인들이 구금됐다. 방글라데시 경찰이 체포 현황을 밝힌 적이 있다. 2020년 첫 5개월 동안에만 403건의 사건이 접수되고 353명이 체포됐단다. 지난 3월29일 새벽에도 방글라데시의 식량 가격 상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일간지 기자가 구속됐다. 방글라데시 내무부 장관은 그의 보도가 허위, 조작, 불순한 동기가 있다고 발표했다.

‘가짜뉴스’를 빌미로 디지털 공간을 감시·억압·통제하려는 시도는 디지털 시대 언론 통제의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교과서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한 이들은 결코 이 방법을 놓치지 않는다. 지난 8월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뒤 한달여 동안 정부는 매일같이 새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그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조선일보부터 한국방송(KBS)까지 참여한 ‘에스엔유(SNU) 팩트체크’가 ‘좌편향’, ‘정부 비판적’이라며 공격했고 네이버는 이 코너를 포기했다. 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이해당사자가 언론중재위도 언론사도 아닌 포털에 항의만 해도 기사의 제목과 본문 상단에 ‘반론 요청 중’이라는 주홍 글씨를 심기로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포츠 응원 코너를 트집 잡아 ‘여론조작’ 조사를 하겠다고 나선다. 곧 국정감사에 불려 갈지도 모르는 입장인 포털 사업자들은 납작 엎드릴 뿐이다.

지난해 발간된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업을 압박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국가의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국가는 디지털 기업이 법적 절차 없이 저널리즘 콘텐츠를 제한·제거하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한 뒤 이렇게 안내한다. “가짜 정보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검열이나 금지가 아니다.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다원적인 미디어의 촉진을 통한 길이다.”

임지선 빅테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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