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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하모닉스의 깜짝 선물? “BTS 곡도 아이디어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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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도 방에서 곡 만들다 나왔어요. 공연장마다 똑같은 곡을 연주할 수는 없잖아요.” 7인조 앙상블 필하모닉스의 첼리스트 스테판 콘츠(39)는 “멤버들이 나를 방에 가둬놓고 곡을 ...

“방금도 방에서 곡 만들다 나왔어요. 공연장마다 똑같은 곡을 연주할 수는 없잖아요.” 7인조 앙상블 필하모닉스의 첼리스트 스테판 콘츠(39)는 “멤버들이 나를 방에 가둬놓고 곡을 쓰게 한다. 내겐 휴가가 없다”며 웃었다. 그가 머무는 방엔 언제든 곡을 만들 수 있도록 늘 키보드를 들여놓는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 멤버들이 주축인 필하모닉스의 유전자엔 유쾌함과 즉흥성이 각인된 듯했다.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앞두고, 18일 서울 서초구 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난 이들은 소풍 나온 학생들처럼 시종 싱글벙글했다. 연주단체 동료라기보다 고교 동창생 모임처럼 격의 없고 친근한 분위기였다. 클라리넷 연주자 다니엘 오텐자머(37)와 첼리스트 콘츠는 4살 때부터 동네 소꿉친구였다. 멤버들끼리 알고 지낸 게 최소 15년, 최장 33년에 이른다.
베를린 필, 빈 필 단원들이 주축인 7인조 앙상블 필하모닉스가 12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wcn

이들은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에, 피아노와 클라리넷, 더블베이스가 가세한 독특한 앙상블이다. 첼리스트 콘츠와 바이올리니스트 세바스티안 귀틀러(54)가 전속 작곡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 공연장을 옮길 때마다 두 사람이 곡을 다듬고 새로 만든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작곡이나 편곡 대신 ‘개조(recompose)’란 용어를 썼다. 콘츠는 “다른 곡을 한 두 마디 인용해 완전히 새로운 곡을 만든다”고 했다.

공연 프로그램도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최종 선곡은 리더인 클라리넷 연주자 다이엘 오텐자머가 한다. “그날 공연장 분위기, 청중의 반응에 따라 즉석에서 곡을 골라요.” 그는 “연주할 곡 순서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정한다”고 했다. 때론 같은 곡에 2가지 다른 버전의 악보가 놓이기도 한다. 오텐자머는 화려한 피날레를 좋아하고, 콘츠는 조용한 마무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다져진 끈끈한 멤버십과 음악적 동질감 없이는 시도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뿜어내는 유쾌함과 즉흥성은 청중에게도 특별한 감흥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마포아트센터 공연에선 첫 곡 끝나자마자 ‘브라보’가 터졌다. 이들은 “한국 청중 반응이 너무 뜨거워 좋았다”고 기억했다. 이들에게 “한국 청중이 열정적이었다면 일본은 존중하는 분위기였고, 중국은 열린 분위기”였다. 청중의 열광을 에너지로 흡수하기 위해 공연 끝난 직후부터 곡을 만드는 데 착수한다. “공연 끝나고 버스 안에서 멤버들끼리 의견을 나눠요. 이번엔 비티에스(BTS)의 곡을 해보자든가 이런 얘기가 나오면 멜로디를 이리저리 해보면서 아이디어를 모으는 거죠.”

베를린 필, 빈 필 단원들이 주축인 7인조 앙상블 필하모닉스가 12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더블유씨엔코리아 제공

이번 내한공연의 큰 주제는 크리스마스인데, 캐럴만 연주하는 건 아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자주 연주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의 곡도 연주한다. 콘츠는 “한국 청중에게 익숙한 한국 가요를 개조한 곡을 선보이기 위해 뭔가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버스 안에서 얘기했다는 비티에스의 곡을 준비하느냐고 물었더니, 콘츠는 “그건 말할 수 없다”며 웃었다.

멤버들 면면이 화려하다. 다니엘 오텐자머는 빈 필의 수석 클라리넷 연주자다. 베를린 필 클라리넷 수석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34)의 형이다. 두 형제의 아버지는 빈 필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30여년 간 재직했던 에른스트 오텐자머(1955~2017)다. 이들 삼부자는 ‘클라리넷 트리오’로 활동한 적도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노아 벤딕스-발글레이(39)는 베를린 필 제1악장으로 활동 중이다. 더블베이스 주자 외된 라츠(42)는 빈 필 수석 단원이며, 첼리스트 콘츠는 베를린 필 단원이자 ‘베를린필 12첼로’의 리더다. 비올라 연주자 틸로 페히너(54) 역시 빈 필 멤버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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