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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전’들이 하늘거리며 외친다…100년전 학살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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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기억’ 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관훈동 나무아트 전시장 들머리. 한글과 일본 가나글자로 만든 여러 문구가 오려내어져 표현된 하전남 작가의 넋전들이 내걸려있다. 넋전들이 하늘...

‘9월의 기억’ 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관훈동 나무아트 전시장 들머리. 한글과 일본 가나글자로 만든 여러 문구가 오려내어져 표현된 하전남 작가의 넋전들이 내걸려있다.

넋전들이 하늘거린다. 100년전 일본 땅에서 학살당한 조선인 원혼들의 넋이, 그들을 기억하는 지금 재일동포 후예들의 기억과 함께 하늘거린다. 옛적 무당이 망자 굿판을 할 때 길쭉한 종이를 이리저리 오려 죽은 이의 몸이나 이름을 드러낸 모양새로 쓴 의례용 부적종이가 넋전이었다.

이 넋전들을 일본 나가노 현 출신의 재일동포 작가 하전남씨는 전시장으로 갖고 들어왔다.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관훈동 나무아트에서 열리고 있는 그와 이순려 작가의 2인전 ‘9월의 기억’이 넋전들의 무대다. 1923년 9월 일본 수도 도쿄 일대에 일어난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이 ‘우물에 독을 풀어넣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자행한 조선인 학살만행의 기억이 전시의 실마리가 됐다. 작가는 나가노에서 생산한 일본 종이(와지)와 전통 한지를 접합시킨 긴 종이쪽에 한글과 일본어로 된 글자, 한일의 전통문양 등을 일일이 오려내어서 형상화하면서 기억의 넋전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작가 자신에게 일본 사람 아니냐고 묻는 데 대한 대답인 ‘아니에요, 한국사람이요’와 어린시절 할머니가 쓰던 말인 ‘조곳도 가요’, 조선인을 비하하는 일본 멸칭인 ‘쵼짱’ 등이 넋전의 문구로 표현하면서 재일한국인들의 집단 기억을 표상적으로 나타냈다.

전시장 안쪽엔 도쿄 출신의 재일동포 화가 이순려씨가 자신의 가족사를 소재로 그린 검은 회화들이 내걸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1회용 검은 비닐봉지의 다기한 주름 모양이 전면을 채운 구도의 그림들이다. 다분히 추상적인 그림 속 주름의 색조와 질감을 통해 100년전 간토대지진에 얽힌 선조들의 미묘한 기억들을 풀어냈다. 역사문제연구소가 주관한 이 전시는 한국에서 활동중인 일본인 미술사가이자 큐레이터인 이나마 마이가 기획했다. 전시회는 11일까지 열린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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