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일본에서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 상자. 7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일반공개됐다. 문화재청 제공
국화 770송이와 모란 30송이가 황홀하게 빛나는 꽃밭을 800여년 동안 품어왔다. 현재 전세계 통틀어 20점 정도만 남아있는 고려시대 나전칠기 예술품 가운데 단연 최고로 꼽히는 13세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자태다. 지난 7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에서 환수했던 이 명작공예품을 일반 관객 앞에 처음 선보이는 특별전시회가 지난 7일부터 서울 경복궁 경내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시작됐다.
‘세밀가귀(細密可貴)의 방’이란 제목을 붙은 이 전시에서는 검은빛으로 옻칠한 명품 상자의 표면에 어린 섬세하고 아름다운 꽃들의 세계를 감상하는 것이 고갱이다. 1123년 고려를 방문했던 중국 북송의 사신 서긍이 그의 기행기인 ‘고려도경’에서 고려 장인들의 나전 예술 솜씨를 두고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고 할 만하다’는 뜻의 ‘細密可貴(세밀가귀)’라고 기술한 데서 착안해 제목을 붙였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측면에서 본 엑스레이 사진. 문화재청 제공
전시장에서는 4만개가 넘는 전복이나 소라껍데기 등의 자개조각 등을 소재로 초정밀 조형술을 구사해 국화와 모란이 넝쿨과 어울린 꽃무리의 형상을 만들고 그 주위를 1670개의 구슬들이 둘러싸게 한 고려공예의 환상적 경지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작게 오린 자개 조각에 오목새김 선으로 세부를 표현하고 금속선을 써서 넝쿨무늬를 만드는 고려 나전 장식 특유의 스타일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유물을 다각도로 촬영한 3차원 스캔 이미지와 과학적 조사 결과를 담은 영상물, 정밀분석을 위해 촬영한 엑스선 사진도 실물과 함께 공개돼 나무 틀에 모시나 베와 같은 직물을 붙이고 자개를 장식하는 세부 제작기법 등도 확인해볼 수 있다. 박물관 쪽은 내년 1월 초 ‘고려 나전공예의 우수성’에 대한 최응천 문화재청장의 특별강연도 열 예정이다.
글 노형석 기자 , 사진도판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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