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국민 집권 전략’ 저자 최정묵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
“민주화·산업화 담론은 이제 끝나고, 연대와 협력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에 맞춰 혁신하고 성과를 내는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죠. 이건 일방적인 제 주장이 아니라 데이터로 나타난 시대의 변화입니다.”
최근 ‘국민 집권 전략’이라는 책을 낸 최정묵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최 소장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이자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다.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팀 행정관과 원혜영 의원 비서관 등 정치권 실무 경험도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여러 데이터를 제시하며 국회와 정치권도 다양한 사회 의제를 다루기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주의 방법론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5일 최 소장을 만났다.
그는 연대와 협력의 시대가 왔다는 근거로 여러 데이터를 보여줬다. 첫째는 투표 지층이 변했다. 그의 메타 분석을 보면 1987년 이후 30년 동안 한국의 선거구도는 보수정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으나, 2016년 ‘촛불 혁명’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늘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줄었다. 교차 투표자는 8%에서 16%로 늘어, 지지자만 동원해도 이기는 선거가 불가능해졌다. 둘째는, 에니어그램(사람 성격 모형)을 이용해 2016년과 2021년 국민 성향 변화를 조사했을 때,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도전하는 성향(22→3%)은 줄고, 이타적 성향(19→35%)이 늘었다. 셋째로는 시민들은 현재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적이며 법과 질서, 공정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보고 있는 한편, 앞으로 연대와 협력의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전과 통합·개혁적인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줄고 혁신과 성과를 내는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런 변화에도 여러 의제를 다뤄야 하는 국회가 이해당사자 사이의 소극적인 이해 조정과 정쟁에 매몰돼 길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 과정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그는 “간호법을 간호사의 사회적 역할 강화와 처우 개선을 넘어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로 다뤄야 하는데, 이해관계자 사이를 조정하는 이해관계자 민주주의에서 그쳤다”며 “국민과 함께 숙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도입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국민의힘이 제시한 김포 서울 편입을 두고도 “야당은 정쟁으로 몰고 가기 보다는, 오히려 행정구역 대개편과 같은 더 큰 제안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에 대해서는 “국회 정개특위에서 실시한 공론조사라는 시도는 좋았으나, 선거제 개편 논의의 과정 중 하나에 그쳐서 아쉬웠다. 국민이 선거제 개편 논의에 더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행됐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정치권이 사회 연대와 협력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각종 사회 쟁점을 발굴하고 합의하기 위해서 입법부·사법부·행정부가 함께하는 논의 기구인 ‘대한민국 비전 2050 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국회가 노동조합이나 직능단체 등과 다양한 정책협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 내에서도 인물 중심의 계파를 ‘복지파’ ‘성장파’ 등으로 양성화하는 제도를 만들고, 당 대표 제도를 폐지하고 당 대표의 의사결정과 징계 권한 등을 분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책에는 그가 분석한 내년 총선 전망도 있다. 유권자 분석을 토대로 그는 내년 총선에서 49곳을 경합 지역으로 꼽았다. 그는 “민주정당이 내년에 승리하려면, 이런 분석을 토대로 소극 지지자와 교차 투표자가 많은 골목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설득해야 한다”며 “미디어 선거가 아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타기팅 선거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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