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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예능, ‘힘쎈여자’ 시리즈…잘 만든 작품, 세계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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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을 예능으로 만든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넷플릭스 제공 “줄다리기가 나올 거야. 미리 팀을 구성해놔야 해.” “이건 달고나다. 우산 모양을 선택해선 안 돼!”...

‘오징어 게임’을 예능으로 만든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넷플릭스 제공

“줄다리기가 나올 거야. 미리 팀을 구성해놔야 해.” “이건 달고나다. 우산 모양을 선택해선 안 돼!”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무슨 게임이 나올지 훤하게 꿰뚫고 있다. 정보가 유출된 건가 싶은데,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화제를 모은 드라마 내용을 고스란히 리얼리티 예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난 22일 1~5부(총 10부작)를 공개한 영국 예능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이하 ‘더 챌린지’)는 2021년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예능 버전이다. 참가자 456명이 상금을 차지하려고 여러 게임을 하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한글 안내문이 적힌 세트장부터 배경음악, 심지어 출연자 의상까지 똑같다. 드라마에 나온 딱지치기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같은 게임도 다수 등장한다. ‘더 챌린지’ 제작사 스튜디오 램버트의 스티븐 램버트 대표는 “우리가 자라면서 해봤을 법한 게임을 활용한 서바이벌 경쟁이라는 드라마 설정이 예능으로 만들기에 적절했다”며 “사람들이 이 세계관에 들어가 게임을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리얼리티 성격과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가 영화나 뮤지컬로 재생산된 적은 있지만 예능 변신은 이례적이다. 방송사나 제작사가 시즌2·리메이크 등으로 지식재산권(IP·아이피)을 활용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시도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티브이라는 한 공간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티브이에서도 세계관이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시도를 흔히 스핀오프(기존 내용과 설정에서 새 이야기를 만드는 것)라고 일컫지만 그보다는 구성과 내용 등에서 진화했다. 최근 화제성과 논란이 함께 달아오른 예능 ‘나는 솔로’(SBS PLUS, ENA)는 본방송 다음날에 아예 번외편 예능인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를 내보내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나는 솔로’에서 화제가 된 출연자들을 다시 만나는데 지난해 선보였다가 올해 7월 다시 시작했다. 한 케이블 방송사 피디는 “비연예인 대상 연애 리얼리티는 출연자를 재등장시킬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번외편을 나란히 선보인 것은 화제성을 이어가는 영리한 시도”라고 짚었다.

‘비밀의 숲’(tvN) 서동재 검사, ‘좋소 좋소 좋소기업’(왓챠) 이미나 대리를 내세운 스핀오프가 제작되는 한편으로, 인물이 아닌 특정 설정이 중심이 된 시도도 늘었다. 26일 종영한 ‘힘쎈여자 강남순’(JTBC)은 2017년 ‘힘쎈여자 도봉순’의 ‘힘쎈여자’라는 설정에서 파생됐다. 강남순과 도봉순은 먼 친척으로 이 집안은 전통적으로 남자들은 약하고 여자들은 괴력을 갖고 태어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tvN)과 세계관을 같이하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도 제작되고 있다. 프리랜서 드라마 피디는 “‘도봉순’이 연쇄살인범을 잡았다면 ‘강남순’은 마약사범을 잡는 것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쏟아냈다”며 “인물 중심보다 설정 중심의 세계관은 지속성을 좀 더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힘쎈여자’라는 세계관 안에서 ‘도봉순’과 ‘강남순’ 두 작품이 등장했다. 제이티비시 제공

하나의 세계관 속 작품들은 서사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회차가 짧아진 요즘 드라마에 효율적이다. ‘강남순’은 그 집안 내력을 이미 ‘도봉순’에서 공개했기에 1회 초반 복습하듯 짧게 보여주고 끝냈다. 남자와 키스하면 개가 된다는 ‘오늘도 사랑스럽개’(MBC)가 방영 초반 매회 마지막 세계관 설명 시간을 따로 둔 것과 대조된다. 제작비가 치솟고 성공작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위험 요소도 줄일 수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한 세계관에서 파생한 드라마는 기존 팬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고 그래서 캐스팅이나 편성 등에서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익숙한 설정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더 챌린지’는 참가자들이 게임 해결법을 알고 있고, 시청자들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어서 재미는 약했다. 제작사가 아이피를 소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더 챌린지’는 ‘오징어 게임’ 소유권이 넷플릭스에 있어서 황동혁 감독은 자문 역할만 맡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시도가 많아지면 오히려 아이피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 같다”며 “너무 유사하다면 신선함이 떨어지고, 너무 다르면 전작의 인기를 이어갈 수 없다. 시작부터 기본 줄기인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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