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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혁명과 반동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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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페르세폴리스 ‘아라비안나이트’에만 존재할 것 같은 나라 이름, 샤르자. 아랍에미리트연합에는 7개의 독립적인 토후국이 있는데, 그중 하나다. 이 ...

[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페르세폴리스

‘아라비안나이트’에만 존재할 것 같은 나라 이름, 샤르자. 아랍에미리트연합에는 7개의 독립적인 토후국이 있는데, 그중 하나다. 이 나라는 아라비아반도 위에 있는데, 아라비아반도는 홍해를 끼고 아프리카와 접해 있고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닿아 있다. 북쪽 끝은 지중해와 닿아 유럽에 가깝다. 샤르자에서 방문한 곳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믈라이하 고고학 센터였다.

그곳엔 발굴품과 주변 환경이 매혹적인 이야기로 엮여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인류의 이동.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는 것이 정설인데,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당시 수심이 낮았던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반도로 온 흔적이 있다. 12만년 전에 해부학적으로 현대인과 똑같은 사람들이 남긴 자취가 믈라이하에 남아 있었다. 이곳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 대륙으로 사람들이 옮겨 갔다고 한다. 두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이 지역 사막의 붉은 모래 색이다. 철광석이 지면에 노출되어 있어서 철 성분이 이런 색을 낸다. 철이 흔했고 다룰 줄도 알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랫동안 청동기를 썼다. 메말라가던 당시 아라비아반도에서 사람들이 땔감으로 철기를 만드는 데 자원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했다고 한다. 세번째 이야기는, 기원전 300년께부터 이곳에 있었던 고대 왕국에서 발견된 공동묘지에 있다. 매장 형식이 완전히 다른, 다양한 무덤이 여기서 발견됐다. 매장 형식은 문화권마다 다양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기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살다가 묻혔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사이좋게 지냈을 것이다.

이야기에 취해 연달아 감탄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역사학자인 친구가 뒤통수를 쳤다. “뻥일지도 몰라.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전부 다 믿지 마.” 그러고 보니, 유목민으로 살면서 신생 국가를 이룬 이들에게 필요한 유구한 역사, 그리고 적은 인구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로 꾸려가야 하는 나라의 현실, 그리고 척박한 환경에서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들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기가 막히게 딱딱 들어맞는 것이 오히려 의심을 돋운다.

‘페르세폴리스’는 만들어진 역사가 무너지는 것을 반복해서 경험한 이란 여성,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기록이다. 신이 뽑았다고 믿었던 왕은 그가 10살 때 혁명으로 물러났다. 알고 보니, 물러난 왕은 마르잔 외증조할아버지의 왕위를 빼앗은 하급 군인 출신이었다. 물러난 왕은 영국이 세운 ‘손쉬운 사람’이었고 왕족에서 쫓겨난 아버지는 사회주의자들과 어울렸다. 왕정을 무너뜨린 혁명은 당연히 체 게바라, 카스트로, 트로츠키가 만드는 세상과 비슷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마르잔은 갑자기 베일을 써야 했다. 머리카락을 드러내면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관료들의 입을 통해 버젓이 방송을 탔다. 모스크바를 다녀온 삼촌은 스파이 혐의로 사형을 당했고 친구들은 미국으로 도망갔다. 이라크와 전쟁이 시작되고 사랑하는 친구도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베일을 쓰지 않는다고 혁명 수호대에 붙잡혀 가는 일이 다반사. 암시장을 통해 자유의 냄새라도 맡아야 하는데 화폐 가치는 수년 만에 20분의 1로 떨어졌다. 상대국이 휴전을 원하는데도 전쟁을 계속하려는 것이 혁명 정부라니, 맙소사. 흔들리는 역사와 사실들 속에서 기댈 곳이 없다.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세련된 이야기들은 얼마나 단단한가?

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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