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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않을 자유’ 누릴 수 있는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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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책빵 심심해서 백두대간 자락의 산골 마을에 위치한 ‘책빵 심심해서’ 내부 모습. 쭉 뻗은 대로보다 들쭉날쭉한 골목길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은 그 길가에 있는 집...

우리 책방은요 │ 책빵 심심해서

백두대간 자락의 산골 마을에 위치한 ‘책빵 심심해서’ 내부 모습.
쭉 뻗은 대로보다 들쭉날쭉한 골목길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은 그 길가에 있는 집, 계단, 담장, 대문, 화단 등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웃들과 서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성팔경 중 8경인 ‘마산봉 설경’으로 유명한 백두대간 자락의 산골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책빵 심심해서(書)’는 해발 6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동네책방이다. 21평 협소한 공간이지만, 가족 넷이 30여년 가까이 각자 읽고, 듣고, 보고, 만들고, 모아온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오간 흔적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골목길처럼. 골목 한 자리를 차지하고 주변 마을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문·사·철 중심으로 예술, 건축, 시사, 마케팅, 어린이 등 관련 서적 3천여권이 진열돼 있고, ‘책빵’ 간판에 어울리게 ‘책지기’ 남편과 ‘빵지기’ 아내가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배우고 익힌 것들로 만드는 다양한 먹거리도 있다.

책빵 심심해서에는 책방지기가 만드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지난 8월 우리 부부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책방을 열고,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는 고 박완서 선생님의 시구를 차용하여 이름을 붙였다. 누구든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들어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싶거나 긴 삶의 과정에서 심심함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한번쯤 들러 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곳에서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 한다.

책빵 심심해서에 방문한 한 부부가 책을 펼쳐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책빵 심심해서에서는 읽고, 보고, 듣고, 먹고(자연발효 빵), 마시고(핸드드립 커피), 만들며(미니북) 책방 내 캠핑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뒤편 건물의 북스테이 ‘심심한가(家)’는 개인적인 업무를 하면서 편히 쉴 수 있는 워케이션(workation) 공간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침대와 침구류는 최고 제품으로 비치하여 숙면을 도와주며, 멀티룸에는 피아노, 재봉틀, 미술도구, 손뜨개도구 등 다양한 취미 도구를 갖추고 있다. 파크 골프, 배드민턴, 투호, 다트 등 다양한 놀이기구도 비치돼 있어 넓은 잔디마당에서 따로 또는 같이 즐길 수도 있다. 잔디마당 한편에는 정자와 그네가 있으니 사색과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책빵 심심해서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
종이책을 읽는 인구의 감소 추세가 어쩌면 지방소멸 속도보다 더 빠를지도 모르겠지만, 책읽기 좋아하는 서치(書癡)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기에 우리는 그들과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다. 운이 좋다면 책지기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인 ‘시집 300권 소리 내어 읽기’도 빠르게 달성해 보고 싶다.

책빵 심심해서 외부에서 본 모습.
추사 선생께서 남겼다는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란 글귀를 되새김해 본다.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는 아름다운 이 글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져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늘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런 분들이 언제든 맘 편히 찾아올 수 있는 책빵 심심해서와 북스테이 심심한가로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저 우리 부부의 짝사랑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고성/글·사진 이완주·손정미 책빵 심심해서·심심한가 책방지기

책빵 심심해서·심심한가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간성읍 흘리길 176

blog.naver.com/simsimha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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