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ories:
문화

압수수색의 시대…‘검찰정부의 공기’를 디자인하다

Summary

옥정호 작가의 사진프린트 패널 작품 ‘무빙 데이(Moving Day) - No.2’. 바야흐로 ‘압색(압수수색)’의 시대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언론사 기자의 집까지 검찰 수사관의...

옥정호 작가의 사진프린트 패널 작품 ‘무빙 데이(Moving Day) - No.2’.

바야흐로 ‘압색(압수수색)’의 시대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언론사 기자의 집까지 검찰 수사관의 압수수색이 물밀듯 벌어지는 지금 세태 풍경을 보면서 소장작가 옥정호씨는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어지럼증과 더불어 이런 풍경을 퍼포먼스의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옥 작가가 기획자로도 활동하면서 운영 중인 서울 은평구 대안공간 신사옥에서 11월3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 ‘메이데이(Mayday)’는 독특한 압색 예술의 전시 마당이다. 툭하면 벌어지는 검찰의 압수수색 작업이 영상매체에서 쏟아지는 이미지들을 눈에 넣었다가 특징적인 대목들을 일종의 과장과 풍자의 어법으로 치고 포장하면서 독특한 퍼포먼스 이미지로 만들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양복 입은 수사관들이 파란 플라스틱 상자에 압수물을 잔뜩 집어넣고 연쇄적으로 수색 공간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에서 주로 착안했다. 플라스틱 압색 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쓰거나 부정형의 상자 무더기들을 상반신에 뒤집어쓰고 좀비처럼 헤매고 다니는 양복입은 군상들의 규칙적인 동작 퍼포먼스와 이를 찍은 이미지 등을 보여준다.

사진프린트 패널 작품 ‘무빙 데이(Moving Day) - No.3’.

옥정호 작가의 사진프린트 패널 작품인 ‘메이데이(May Day)-No.5’. 여전히 여러 요인들로 억압받는 지금 노동자의 처지를 금속 작업틀에 매달린 배우의 상징적 몸짓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압색과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 진압이 일상화한 올해 상황을 보면서 멍하게 작업을 구상했어요. 그때 느꼈던 일종의 공포감 같은 것을 이미지로 표상하고 싶었어요. 봉투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수사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압색 대상자와 그의 공간을 향할 때 느꼈을 당하는 자의 그런 감정이죠. 답답함 같은 것도 있고. 이런 지금 압색시대의 정서를 풍자와 은유의 방식으로 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

전시장에 걸린 프린트 작품을 본 이들 중에는 지나치게 가까운 시점의 시국적 소재를 바로 도상화했다는 점에서 시사적인 관심 끌기에 그치는 얇은 조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마냥 진중하고 직설적으로 현재의 정부나 지금 시국을 힐난하는 방식을 피했다는 점과 현재의 압색 시국을 상징하는 몸짓과 물건들로 연극적인 상황을 설정하면서 독특한 현실 비판적 개념미술의 장을 내보였다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얼핏 봐서는 몸을 개조하는 필라테스 체조를 하는 것 같지만 기실은 현 정권으로부터 조폭 같은 카르텔 세력으로 취급당하며 탄압의 과녁이 된 노동자들의 뒤틀린 모습을 묘사한 또 다른 프린트 패널 작품인 ‘메이데이(May Day)-No.5’은 이런 맥락에서 압색 퍼포먼스와 다른 여운을 남긴다. 여전히 여러 요인들로 억압받는 지금 노동자의 처지를 금속 작업틀에 매달린 배우의 상징적 몸짓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시제목인 ‘메이데이’는 5월1일 노동절을 뜻하면서 항공재난 때 구명신호를 뜻하는 중의적인 명칭이기도 하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