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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빨리 변하는 시대에 도서관 중요성 더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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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송경진 전 마포중앙도서관장 ‘도서관과 리터러시 파워’(정은문고). 송경진 전 마포중앙도서관장이 최근 펴낸 책이다. 저자는 서울 마포구립인 마포중앙도서관 관장을 도서관이 개관...

[짬] 송경진 전 마포중앙도서관장

‘도서관과 리터러시 파워’(정은문고).

송경진 전 마포중앙도서관장이 최근 펴낸 책이다. 저자는 서울 마포구립인 마포중앙도서관 관장을 도서관이 개관한 2017년부터 지난 4월까지 수행했다. 두 차례 연임해 애초 임기는 내후년 4월까지였지만 지난 5월 공무원 최고 징계 수위인 파면 조처를 당했다. 지난해 말부터 구청의 도서관 예산 삭감안에 대해 에스앤에스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것을 두고 구청이 복종과 보안유지 규정 등을 위반했다며 내린 결정이었다. 징계 통보를 받고 서울시에 소청을 제기했지만 지난 7월 각하 처분을 받았고 지금은 행정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송 전 관장을 만났다.

‘도서관과 리터러시 파워’ 표지.

그는 2006년 경기도가 광역지자체 중 처음 만든 도서관전담조직인 도서관정책팀의 책임자를 3년 지냈고, 모교인 이화여대 도서관학과 대학원에서 ‘공공도서관에서의 리터러시 가치 인식과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2014)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이번에 쓴 책은 리터러시가 도대체 뭐고, 어떻게 해야 키울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문해력이라고도 불린 리터리시는 전통적으로 글과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며 리터러시 앞에 정보나 디지털, 멀티 등이 붙으면서 리터러시 개념이 한층 복잡해졌다. 지금은 온라인상 온갖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고 이모티콘과 같은 비문자 도구를 통한 온라인 소통을 능숙하게 하는 것은 물론 에스앤에스나 앱, 키오스크 같은 새로운 디지털 문물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도 리터러시 역량에 포함된단다.

“매체와 맥락까지 고려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리터러시이죠. 리터러시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해야할 게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어요.” 그는 ‘챗지피티’를 예로 들었다. “진짜처럼 답하는 챗지피티 정보 중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있어야죠. 더 나아가 챗지피티에 어떻게 물어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는지도 공부할 필요가 생겼죠.”

그는 “사회적으로 리터러시 역량이 커지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안전하고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누구나 언제든 다 연결될 수 있지만 관계가 얼기설기 파편적이죠. 온라인상의 관계를 봐도 마음을 다해 서로 존중하는 게 오프라인보다 약해요. 맘에 안 들면 쉽게 차단하잖아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회에 갈등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구 도서관 예산삭감안 반대로

7년째 수행하던 관장직서 파면

최근 리터러시 개념 등 살핀 책 내

관장 때 관련 프로그램 앞서 도입

“리터러시 증진 때 안전사회 돼

도서관은 역량 키울 최적의 공간”

리터러시 증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냐는 질문에는 “사이버 공간의 정화”라고 답했다. “비속어와 혐오 언어 사용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정상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요. 다수는 말을 하지 않아요.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는 거죠.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먼저 만들어야죠.” 그는 이어 “알고리즘으로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무조건 내 편만 찾으면서 사회 자체가 쪼개지는 문제”에 대한 답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리터러시 증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 그의 답은 “사회적 관심의 부족”이다. “지금도 잘 읽고 잘 쓰면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많아요. 리터러시는 문화적이고 복합적인 역량인데도요.” 도서관으로 좁히면 사서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란다. “교육청 소속이 아닌 공공도서관은 인력이 열악해요. 사서가 전문성을 발휘해 서비스할 여력이 없죠. 또 도서관이 대부분 위탁 형태로 운영돼 (사서) 고용구조도 안정적이지 않고요.”

그가 보기에 도서관은 사회의 리터러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좋은 책과 서비스 공간이 있고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마포중앙도서관장 시절 그는 다른 도서관들에 앞서 러터러시 프로그램을 여럿 마련했단다. 우선 초등생 대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단’을 만들어 참가자들이 책에서 만난 생소한 정보를 도서관에서 직접 탐색해 토론하도록 했고 중학생 상대로는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미디어 쉐프: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디지털 기기와 프로그램 사용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도 했다. “리터러시 증진을 위해 도서관이 하려고 하면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도서관에는 이를 위한 모든 게 갖춰져 있거든요.”

송 전 관장이 20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최근 낸 자신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그는 2년 전 도서관장 시절에 ‘마포 독서가문’이란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지역서점 한 곳과 독서동아리 한 팀이 서로 연계해 책도 읽고 강연도 기획하는 활동이죠. 도서관에서 작지만 예산 지원도 했어요. 연말에는 다 모여 활동을 소개하고 투표로 최고의 ‘독서 가문’을 뽑았죠. 선정된 팀은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도 도서관에서 했고요. 관장 시절 가장 보람이 있었던 활동이죠.”

이처럼 그가 보기에 “도서관은 작은 투자로 그 이상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손익의 관점으로 도서관을 보는 정책결정자들을 만나면 아쉬움이 크단다. “지금은 사람들이 엄청 장수하잖아요. 사회의 변화 속도도 무척 빠르고요.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면 짧은 학교 생활을 마치고도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불특정 다수가 공평하게 비용 부담 없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지리라고 그가 확신하는 이유이다. 그는 더해 “사서들도 전문직이라는 직업 정체성을 가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도 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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