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끝없이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있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누가 선이고 악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스라엘 드라마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파우다: 혼돈’이다. 요즘 자꾸 알고리즘이 추천한다.
이스라엘 특수부대 요원이었던 도론은 은퇴 뒤 평범하게 살다가 하마스 지도자 흑표범이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에 복귀한다. 흑표범 동생의 결혼식에 잠입해 흑표범을 제거하려던 작전이 실패하고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복수를 준비하고 특수부대도 이에 맞서 또다른 작전을 준비한다. 게임처럼 미사일과 드론만 보여주는 외신 보도에는 없는, 진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생생한 긴장감이 심장을 조여온다.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팔레스타인은 우리의 비무장지대처럼 양쪽의 군인들이 대치하고 있는 곳인 줄만 알았다. 생활에 필요한 물자는 이스라엘 쪽에서 제공하며, 반대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장벽 너머 이스라엘 땅에 일하러 간다. 다시 말하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언제든 나를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양쪽 사람들은 겉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함께 쓰는 사람도 많다. 특수부대원이 두건을 쓰면 바로 이슬람 사원에 잠입할 수 있고, 이슬람 여성도 히잡을 벗고 ‘힙’하게 꾸미면 어렵지 않게 이스라엘 클럽에 들어가 자살 테러를 할 수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고 포섭하고 변장하고 살인한다. 그러니 하마스도 이스라엘도 점점 미쳐간다. 드라마의 제목인 파우다는 아랍어로 ‘혼돈, 혼란’이라는 뜻이다.
전쟁을 위해서는 상대가 악마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눈앞에서 마주친 적은 그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들도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눈물을 흘린다. 적이 악마가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살려면 먼저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지만 역설적이게 욕망은 더 커진다. 첩보액션물이면서 누아르고, 정치물이면서 막장 치정극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드라마를 이스라엘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드라마는 하마스가 왜 무모한 싸움을 계속하고 사람들의 지지를 얻게 되는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그래서 대사의 과반이 아랍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이스라엘 정치 상황까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물론 한계는 분명하다. 이스라엘 드라마가 팔레스타인의 속사정을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흥미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대규모 지상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 넷플릭스는 하마스를 다룬 드라마를 추천해서 돈을 벌고, 덕분에 이스라엘 제작사는 또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될 테니 말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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