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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임윤찬 숨결까지 들었다…더하우스콘서트 10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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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 더하우스콘서트 1000회 공연이 열린 롯데콘서트홀에서 청중은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10월10일 1000번째 더하우스콘서트. ...

10월10일 더하우스콘서트 1000회 공연이 열린 롯데콘서트홀에서 청중은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10월10일 1000번째 더하우스콘서트.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1~2층 객석은 텅 빈 자리였고, 조명도 꺼져 있다. 첫 곡은 에라토앙상블의 모차르트 교향곡 1번. 청중은 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 연주자 바로 옆에 앉는다. 악기 소리가 선명하고 입체적이다. 연주자의 숨결, 악보 넘기는 소리도 들린다.

시작은 2002년 7월12일 피아니스트 박창수(59) 더하우스콘서트 대표의 연희동 단독주택 2층이었다. 거실과 방 3개의 벽을 허물어 만든 28평 공간에서 연주자와 청중의 거리는 불과 1.5m였다. 21년이 흘러 1000회의 연륜이 쌓였어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다는 ‘밀착 콘서트’ 철칙은 그대로다. 악기 바로 옆에서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바닥에서 울리는 미세한 진동까지 느끼는 것이야말로 음악 감상의 진정한 매력이란 박 대표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박 대표는 “서울예고 재학시절, 친구 집에서 연습하면서 작은 공간에서 연주되는 음악에 매료됐다”고 했다. 다만, 이날 공연에선 무대 뒤편 합창석과 양쪽 날개 좌석에도 관객을 받았다.

곧이어 11살 첼리스트 김정아가 올랐다. 올해 ‘영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1위와 4개 특별상을 휩쓴 유망주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1번 프렐류드에, 허밍으로 노래까지 곁들이는 현대곡까지 막힘이 없다. 스타 연주자로 성장한 첼리스트 한재민(17)도 6년 전 11살에 이 무대에 출연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35)은 16살, 조성진(29)은 15살, 임윤찬(19)은 17살에 국제무대에 앞서 이곳에 데뷔했으니, 더하우스콘서트는 스타 발굴에도 발군이었다.

장수의 비결은 꾸준함과 원칙이다. 1주일에 1차례, 21년 동안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세계 42개국 4700명의 연주자, 5만8천여명의 청중이 끊이지 않고 찾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할 때도 이곳만은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입장료는 3만원. 공연 수익의 절반을 연주자 개런티로 돌린다는 게 원칙이다. 한 자리라도 더 채우지 못해 안달인데, 좁은 공간의 작은 콘서트란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200회 공연을 기점으로 광장동, 역삼동, 도곡동 녹음실과 스튜디오를 거쳐 2014부터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청중을 만나고 있다. 지금도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공연을 연다. 모든 공연은 녹화해 기록으로 남긴다. 코로나 기간을 빼곤 연주가 끝나면 조촐한 뒤풀이도 빠트리지 않았다.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여는 ‘하우스 콘서트’도 청중이 무대 위에 앉는 관람 방식은 고수한다.

공연은 클래식이 주축이되, 국악과 재즈, 대중음악과 실험예술, 독립영화 등 장르를 아울렀다. 강산에, 크라잉넛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도 브랜든 최(35)의 색소폰, 김효영(49)의 생황, 황세희(28)의 하프 등 다양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박준호(38)가 롯데콘서트홀 대형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는 풍성하고 웅장한 음량이 압도적이었다. 피아니스트 문지영(28), 아레테콰르텟을 포함해 이날 출연한 연주자만 53명이었다.

11살 첼리스트 김정아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김선욱, 조성진, 임윤찬 등 세계적 피아니스트들이 국제 콩쿠르 우승 이전에 더하우스콘서트 무대에 데뷔했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모차르트가 8살에 작곡한 교향곡 1번으로 시작한 1천회 기념 공연은 ‘앙상블블랭크’가 연주한 미국의 현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77)의 곡으로 마무리됐다. 초심을 돌아보되 미래를 향하자는 선곡으로 풀이된다.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이 이런 걸까 싶군요. 한 번 더 완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박창수 대표는 울컥했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날 1천회 공연을 끝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 예술감독만 맡겠다고 했다. 청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임석규 기자

2002년부터 21년 동안 작은공간 콘서트를 이끌어온 박창수 대표가 1천회 공연이 끝난 뒤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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