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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예산삭감에 위축된 부산영화제…구원투수는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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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변로에 설치된 영화제 포스터 앞으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영화제 주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변로에 설치된 영화제 포스터 앞으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영화제 주변이 한산하네요.”

지난 주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택시 기사가 말했다. 같은 날 저녁 해운대 바닷가에서 만난 매니지먼트사 임원도 작년처럼 영화인과 관객들로 북적이지 않는 해변을 보며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엔데믹을 맞이하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돌아왔던 활기가 올해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영화의 침체와 영화제 내홍으로 인한 예산 축소가 맞물리며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행사들이 축소된 탓이다. 우선 영화제 메인이벤트 장소인 영화의전당 주변을 가득 메웠던 관련 부스들이 올해는 거의 사라졌다. 주요 제작사들의 홍보 부스도 차려지지 않았고 영화제 쪽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부스와 굿즈를 만들지 않았다.

부산영화제는 올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사퇴하는 분란을 겪으며 전체 130억원 가운데 20억원 넘게 예산이 줄었다. 지난해 16군데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상영 프로그램인 ‘동네방네비프’도 올해는 여섯 군데 행사로 대폭 줄였다.

해운대에서 주로 진행되던 주요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들의 파티와 미디어데이 등의 행사들도 사라졌다. 올해 유일하게 진행된 ‘영화롭고 드라마틱한 씨제이(CJ)의 밤’에서 구창근 씨제이앤엠(CJ ENM) 대표는 영화계에 떠도는 씨제이 영화투자 중단설을 일축하며 “앞으로도 계속 영화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통상적으로 공개하는 새로운 투자 발표 등이 전무해 올해 주요 작품들이 흥행 실패로 이어진 씨제이 쪽의 고민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극장 안까지 식은 건 아니었다. 센텀시티 씨지브이(CGV), 롯데시네마 등 상영관은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칸이나 베니스영화제를 건너온 세계적 감독들의 신작들은 모두 일찌감치 매진 됐고, 인도네시아와 몽골에서 온 낯선 영화들과 신인 감독의 ‘해야 할 일’같은 데뷔작도 300석 규모의 상영관을 꽉 채웠다.

올해의 가라앉은 축제 분위기를 띄운 건 지난 해에 이어 오티티(OTT) 작품들이었다. 티빙의 ‘운수 오진 날’, ‘러닝메이트’, ‘엘티엔에스(LTNS)’, 디즈니플러스의 ‘비질란테’, 웨이브 ‘거래’ 등 시리즈물과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독전2’의 출연 배우들이 대거 개막식의 레드카펫을 밟았고, 야외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오픈 토크’에 참석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두 작품 외에도 봉준호의 젊은 데뷔 전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데이빗 핀처 감독의 ‘더 킬러’를 선공개하는 등 이제 전 세계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 배급사가 되어가고 있음을 부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영화제는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를 신설해 영화보다 기세등등하게 커가는 오티티 콘텐츠를 잡으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최고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을 수상했고 이밖에도 작가상(강풀), 남우주연상(류승룡), 신인배우상(이정하·고윤정) 등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부산시와 함께 이상을 주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저녁 해운대구 동백로 대형 연회장에서 ‘제1회 국제 오티티 페스티벌’을 열어 이종호 과기부장관이 직접 참석해 관련 기업인들을 만났다. 한 국내 오티티 플랫폼 관계자는 “오티티 과금 등이 이슈가 되면서 오티티 플랫폼들을 직접 관리하려는 주무부처 경쟁이 치열하다”며 과기부가 올해 처음 부산영화제를 찾은 이유를 짚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7일부터 10일까지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지난해보다 행사 면적을 30% 넘게 늘리면서 치열해지는 아이피(IP∙지적재산권) 확보 경쟁과 늘어나는 아시아 영화 합작 제작에서 한국이 지닌 위상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올해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처럼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굴한 아시아 감독들의 신작 프로젝트와 미주·유럽-아시아 간의 합작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아시아프로젝트마켓’은 나흘 동안 826회의 비즈니스 미팅이 성사됐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박세리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실장은 “코로나 이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영화계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부산영화제 마켓은 참여한다는 인식이 정착한 거 같다”면서 “인도네시아 등 영화산업이 성장하는 국가는 참가규모를 확대했고 미주, 유럽 등 비아시아권 바이어들도 지난해보다 참가가 늘었다”고 전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3일 폐막작 ‘영화의 황제’ 상영을 마지막으로 폐막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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