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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본격 시동…‘뒷걸음질’ 한국야구, ‘반등’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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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에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살 동갑내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고우석(엘지 트윈스)이 미...

지난 10월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에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살 동갑내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고우석(엘지 트윈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5일(한국시각) 이들을 나란히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고지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정후와 같은 키움 소속의 김혜성(24) 또한 최근 내년 시즌이 끝난 뒤 빅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류현진(전 토론토 블루제이스·현 자유계약 신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빅리그 성공은 국내 리그 선수들의 의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류현진은 케이비오(KBO)리그를 거쳐 2012년 말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올해까지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고, 김하성은 미국 진출 3년 만에 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품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는 최초의 수상이다.

이들 외에도 강정호(은퇴), 박병호(케이티 위즈), 이대호(은퇴), 김현수(엘지),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김광현(에스에스지 랜더스) 등의 한때 메이저리그 활약은 젊은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됐다. 이전에는 일본프로야구(NPB) 진출도 하나의 옵션이었으나 최근에는 미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미국 무대로 직행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올해 장현석(마산용마고)처럼 고교 3학년 때 미국 구단(엘에이 다저스)과 계약하는 경우도 일부 있으나 2010년 이후부터는 케이비오리그에서 프로 경험을 쌓고 포스팅이나 자유계약(FA)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하는 사례가 더 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금, WBC 준우승 이후

예전보다 많은 이들이 빅리그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이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로야구는 세대교체 시기를 놓치며 10년 넘게 정체돼 있었다. 올해 3월에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은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준 대회였다. 한국은 1라운드 조별 예선 첫 경기인 오스트레일리아(호주)전에서 패하며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호주는 여름 한철 3개월 동안만 세미 프로리그를 운영한다. 한 구단의 전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도 1억원 안팎에 불과하며 선수들 대부분은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일본전 결과는 콜드게임을 걱정할 정도(4-13 패배)로 더 처참했다. ‘정신력’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실력 차이였다.

일본 대표팀 선수 중에는 오타니 쇼헤이(자유계약 신분)를 비롯해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등 시속 16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들이 있었으나 한국 대표팀에는 시속 155㎞를 던지는 선수조차 없었다. 36살의 김광현(에스에스지)이 대표팀 에이스를 맡고, 37살의 박병호(케이티)가 대표팀 4번 타자를 맡을 수밖에 없는 게 당시 대표팀의 현실이었다. 세계야구클래식 대표팀 구성의 기준이 된 2022시즌 개인 성적을 보면, 홈런 15위 안에 든 선수들 중 이정후(23개·공동 5위)만이 유일하게 20대였다.

사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세계야구클래식 준우승 영광 이후 한국 야구는 점점 뒷걸음질 쳤다. 9·10구단(엔씨 다이노스, 케이티 위즈)이 차례대로 창단됐으나 아마추어 기반은 취약했다. 자원은 한정적인데 구단 수만 늘어나니 리그의 질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2008~2009년 사이 미국행 광풍이 불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도 치명타가 됐다. 무려 15명(2008년 6명, 2009년 9명)의 선수가 미국 구단들과 계약했는데, 이들 중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최지만(샌디에이고)이 유일하다. 빅리그 도전에 실패한 이학주(롯데), 김재윤·김동엽(이상 삼성) 등은 국내로 돌아와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뛸 수 있었다. 또래보다 국내 데뷔가 5년 정도 늦었다.

“공격 야구가 재미있다”는 기조 아래 극단적인 ‘타고투저’가 한동안 이어진 것도 마이너스가 됐다. 이는 곧 경기의 단순화를 불러왔다. 1·2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수비의 중요성은 간과됐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뜀박질 야구는 실종됐다. 리그는 다양성이 사라진 채 그저 ‘뻥야구’로 획일화됐다. 어린 투수들은 마운드에 오르면 두들겨 맞는 일이 일쑤였고, ‘10승 신인 투수’는 보기 힘들어졌다. 2007년 이후 10승 이상의 성적을 낸 신인 투수는 2020년 소형준(13승6패·케이티)이 유일하다. 케이비오 사무국은 2019년 이후 공인구 반발 계수 조정과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뒤늦게 타고투저 억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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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노시환, 든든한 대표팀 기둥

올해 세계야구클래식에서의 충격적인 예선 탈락은 각성의 계기가 됐다.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세대교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리그가 중단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프로 4년차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대표팀 평균 나이는 23살로,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28.63살), 2023 세계야구클래식(29.17살)과 비교해 한참 어렸다. 23명 프로 선수(아마추어 장현석 제외) 중 절반 이상(12명)이 올 시즌 프로야구 평균(1억4648만원)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최약체로 평가받았으나 대표팀은 조별리그 대만전 참패(0-4)의 악몽을 딛고 대회 4연패를 일궈냈다. 처음 국가대표로 뽑힌 문동주(한화), 박영현(케이티), 최지민(기아) 등 2003년생 트리오가 마운드에서 버텨준 게 컸다. 특히 19살 ‘파이어볼러’ 문동주는 국가대표 차세대 우완 에이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4번 타자(노시환·한화)도 발굴해냈다. 노시환(23)은 올해 24년 만에 탄생한 23살 이하 홈런왕(31개)이다. 양의지(두산)에게만 의존했던 대표팀 ‘안방마님’ 포지션도 김형준(엔씨)에게서 가능성을 봤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 또한 “이번은 한국 야구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대회”라고 총평했다. 한국시리즈를 치른 엘지, 케이티 선수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로 구성돼 올해 11월에 참여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도 한국은 비록 결승전에서 일본에 승부치기로 패했으나 어린 선수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23년 케이비오리그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갇혀만 있던’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보복 심리도 있었으나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고무돼 야구장을 찾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 야구에 다시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긍정적 징후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23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젊은 선수들의 2024시즌이 기다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의 도전과 30대의 응전으로 어쩌면 2024시즌 프로야구는 더욱 풍성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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