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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엄마 농구단’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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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청소년 중심으로 이뤄진 파스텔세상 농구단(파스텔 프렌즈) 단원과 부모들.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제공 이주청소년 농구단 산실 한국농구발전연구소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이주...

이주청소년 중심으로 이뤄진 파스텔세상 농구단(파스텔 프렌즈) 단원과 부모들.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제공

이주청소년 농구단 산실 한국농구발전연구소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이주여성으로 이뤄진 어머니 농구단이다.

천수길 한국농구발전연구소장과 이주여성 약 20여명은 12일 ‘맥파이스 마더스(Motheres) 농구단’ 첫 훈련에 들어간다. 농구선수 출신 천 소장은 2005년 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사회 소외 계층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해왔다.

최근 10년간 이주청소년에 집중해온 천 소장은 지난 7월께 어머니 농구단 창단을 결심했다. 발단은 한겨레가 기획한 ‘이주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에 등장한 안산 이주여성 배구단 이야기였다. 배구를 즐기는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간 “아이들의 보호자로만 여겼던 농구단 어머니들도 스포츠의 주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 소장은 아이들과 찾아온 어머니들에게 “같이 농구를 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범적으로 연습경기를 치르자 어머니들은 잊고 살았던 스포츠 본능을 순식간에 되살렸다. 농구단 선수 모집도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20명 넘는 회원이 모였다. 국적도 한국, 대만, 독일, 멕시코, 방글라데시, 일본, 중국 등으로 다양하다.

단원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지아이메이는 “한국에 이주해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이 땅이 낯설었던 저에게 농구는 따뜻함과 소속감을 줬다”라며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어머니들과 함께 배우며 나아가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했다. 지아이메이는 “아들도 농구를 시작한 뒤 티브이 대신 운동을 한다”라며 “아이와 함께 열심히 해서 시합도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시절 김유연씨. 연합뉴스

2008 베이징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출신 김유연씨도 합류했다. 김씨는 농구단에서 단원들의 스트레칭 등도 지도할 계획이다. 김씨는 “153㎝ 단신이라 생각도 못 했던 농구를 40살 넘은 나이에 하려니 걱정도 되지만, 다문화가정 어머니들과 하나가 돼 드림팀을 만든다는 생각에 매우 설레기도 한다”라며 “운동으로 하나가 되는 일은 언제나 멋지고 행복한 경험”이라고 했다.

스포츠가 상업화와 정치화 되어 가는 시대에 천 소장과 이주여성들의 도전은 눈에 띄는 귀감이다. 스포츠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 화합하는 장을 만드는 구체적인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프랑스, 뉴질랜드, 미국 등은 스포츠를 통한 이주민 포용을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지원하고 있다. 천 소장도 그간 하나투어, 아동복업체 파스텔세상, 영등포구청 등의 지원을 받았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스포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한정적이고,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열악하다. 체육관 등 시설도 부족해 지금 아이들은 “언제든 체육관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경제까지 어려워지며 지자체나 기업 등의 후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꿈은 이어진다. 가장 약한 이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세상에서야말로, 모두가 행복하게 숨 쉴 수 있는 세상 아닐까. 천 소장과 이주여성들의 ‘레이업’을 응원하는 이유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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