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혜성’ 이도현, 남자 콤바인 은메달

손가락 끝 마디부터 발가락 마지막 마디까지, 온몸의 세포를 당겨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얼굴에는 웃음기 없이 잡지 못한 홀드에 대한 아쉬움이 맴돌았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혜성 이도현(20·블랙야크)이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도현은 6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커차오 양산 스포츠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볼더링·리드) 결승을 합계 118.7점(볼더링 65.6점·리드 54.1점)으로 마무리해 2위를 차지했다. 금메달을 따낸 일본의 16살 클라이밍 천재 안라쿠 소라토의 합계 점수 187.2점(볼더링 99.1점·리드 88.1점)에는 크게 뒤졌으나 리드에서 후반 뒤집기가 빛났던 은빛 등반이었다.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은 볼더링과 리드 두 종목에 각각 100점을 배정해 총점을 겨룬다. 볼더링에서는 4.5m 높이의 암벽 위 인공구조물(홀드)을 잡아 각각 최대 25점이 배정된 네 코스를 제한시간 4분 안에 로프 없이 완등해야 하고, 리드에서는 로프를 맨 채 6분 동안 15m 높이의 장벽을 오른다. 볼더링은 사용할 수 있는 홀드가 정해진 퀴즈 풀이에 가깝고, 리드는 개척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랭킹 볼더링 부문 2위인 이도현은 전날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뒤 이날 앞서 치러진 준결승에서도 2위를 기록하며 메달 기대를 키웠다. 결승에서 이도현은 볼더링 1번 볼더(24.9점)와 4번 볼더(25점)는 톱 홀드를 잡았지만 2번(9.8점), 3번(4.9점) 볼드는 완등에 실패했다. 순위는 4위까지 쳐졌으나 리드에서 32번째 홀드(전체 44개)까지 잡아내며 단숨에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날 경기는 세찬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등 클라이밍에 최악의 기상 조건 속에서 치러졌다. 결승에 오른 8명의 선수 중 5명이 리드에서 20점을 넘지 못하며 조기 탈락했고, 이도현은 리드에서 두번째로 높은 성적을 냈다. 리드와 볼더링 모두 세계 랭킹 1위인 소라토는 모든 볼더에서 톱 홀드를 잡아냈고, 리드에서도 41번째 홀드까지 올라갔다가 간발의 차로 완등하지 못했다. 발군의 기량이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콤바인 초대 우승자 천종원(27·노스페이스)은 총점 85.6점(볼더링 69.6점·리드 16점)으로 총점 87.6점을 따낸 중국의 판유페이(볼더링 59.6점·28점)에 밀려 2점 차 4위를 기록했다. 7일에는 여자부 준결승·결승이 펼쳐진다. 예선을 2위 서채현(노스페이스·서울시청)과 4위 사솔(중부경남클라이밍)이 출전한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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