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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에 강한 육체적 훈련”…전두환 지시 문서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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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강조사항’이라는 제목 아래 “삼청교육대를 군·관·민 합동으로 범국민적, 범국가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작성한 문서.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강조사항’이라는 제목 아래 “삼청교육대를 군·관·민 합동으로 범국민적, 범국가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작성한 문서.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은 전두환이었다. 진실화해위 제공

1980년 8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던 전두환씨가 ‘강한 육체적 훈련’을 요구하는 등 삼청교육 관련 지시를 내린 사실이 문서로 처음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9일 열린 제69차 전체위원회에서 삼청교육 피해사건에 대한 네 번째 진실규명을 내리고 이와 관련한 국보위 문서 2장을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그중 하나는 ‘국보위 상임위원장 강조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로, 전씨의 회의 발언을 정리해 각 부처에 내려보내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서엔 “본인의 과오를 회개시키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기 위한 순화교육은 개과천선을 위한 정신교육과 병행하여 강한 육체적 훈련 실시”, “본 사업(삼청교육)은 국보위 사업 중에서도 핵심 사업임”, “우수한 조교 및 교관으로 구성된 특별교육대 편성 교육”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한겨레에 “문서를 통해 전두환 정권이 삼청교육을 자신들의 부족한 정상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핵심사업으로 추진하였다는 사실과, 당시 최고권력자인 전두환이 ‘강한 육체적 훈련’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였기 때문에 현장에서 무지막지한 인권유린이 거침없이 자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보위 상임위원장으로서 실권을 행사하며 삼청교육대 강제연행을 막 시작하던 시절의 전두환. 1980년 8월6일 최규하 대통령으로부터 대장 계급장을 수여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또 다른 문서는 법무부 장관을 수신자로 한 ‘불량배소탕 순화계획에 따른 부수 처리지침’이다. 이 문서는 ‘(삼청교육대 강제연행이 시작된) 1980년 8월1일자 일제검거 이전에 체포되어 구속수사 중이거나 복역을 마치고 교도소에서 출소할 자에 대한 처리지침’을 정한 것이다.

문서엔 “불기소 결정 전에 군·검·경 합심제에 의해 분류심사를 거쳐 등급을 분류한 다음 결정하고, 그 신병은 등급분류에 의거 군기관에 인도되도록 경찰에 신병을 인도하거나 훈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삼청교육대 소집 전에 이미 구속돼 있는 사람들은 불기소할 경우 군·검·경의 합동 분류심사를 거쳐 삼청교육대에 보낼 수 있게 한 조처다.

1979년 12월12일 대통령의 재가도 받지 않은 채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연행해 군사반란에 성공한 전두환 신군부는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하고 김대중 등 야당 지도자와 재야 인사들을 감옥에 보낸 뒤 국보위를 만들어 국정에 본격 개입한다. 국보위 의장은 대통령 최규하였지만 실권은 상임위원장인 전두환이 쥐고 있었다.

전씨는 8월27일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 8월1일부터 ‘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사람들을 잡아와 군부대에 보내면서 사회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는다. 계엄사령부의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른 것으로, 12월29일까지 6만755명이 끌려가 이 중 3만9742명이 순화교육의 고통을 당했으며 1만16명은 근로봉사, 7578명은 별도의 보호감호 처분까지 받았다.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강조사항’이라는 제목 아래 “삼청교육대를 군·관·민 합동으로 범국민적, 범국가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작성한 문서.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은 전두환이었다. 진실화해위 제공

법무부장관을 수신자로 국보위 상임위원장 직인이 찍힌 삼청교육대 관련 문서. “구속사건 피의자는 불기소 결정 전에 군·검·경 합동 분류심사를 거쳐 삼청교육대에 보낼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이번 조사에서는 삼청교육대 검거목표 인원 하달에 따라 각 경찰서에서 무작위로 교육 대상자를 검거했고, 이에 따라 삼청교육 피해자 중 일부는 두차례나 삼청교육 피해를 받은 사실이 포함됐다.

전북 진안경찰서에서 경찰관을 지낸 이아무개씨는 참고인 진술에서 “삼청교육대 입소자 검거 초기에는 정보과에서 형사과로 검거자 명단을 보내주어 검거했으며, 그 명단에는 지역에서 지탄받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후 검거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목표 인원이 할당돼 술 먹고 싸움하는 사람 등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무작위로 검거해 삼청교육대에 보냈다”고 했다.

진실규명 대상자 박아무개씨의 경우 아무 이유없이 한 경찰서에 연행돼 1980년 8월4일부터 1980년 8월30일까지 첫번째 순화교육을 받고 퇴소한 이후 같은 경찰서에 재검거돼 같은 해 9월22일부터 2번째 삼청교육을 받았다. 이런 무작위 검거에 따라 불과 수개월 사이 2차례 삼청교육을 받은 사람이 이번 진실규명 대상자 중에서도 4명이나 확인됐다.

이번에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받은 사람은 90명이며, 이로써 삼청교육 피해사건의 진실규명 대상자는 3차례 진실규명(1차 41명, 2차 111명, 3차 158명)까지 합해 400명으로 늘어났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12월, 1차 진실규명 이후 계속적으로 국가에 대해 삼청교육 피해자 범위를 삼청교육대 입소자 전원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삼청교육 피해에 대한 합당한 배상 방안 마련, 진실화해위 종료 후에도 피해구제 방안 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삼청교육피해자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모습. 보도사진연감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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