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9월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관련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속 의원 168명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가시화되자 대법원이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방침을 논의했다. 민주당 안에선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자는 기류가 강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용진 의원은 의총에서 “사법부 공백 사태에 우려가 있지만, 자격도 없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임명동의를 요청한 윤석열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론으로 부결시키면 ‘의도가 뭐냐’는 등 쓸데없는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자유투표에 맡겨도 압도적으로 부결될 거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임명 동의에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해, 168석의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으로 임명될 수 없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고위 인사들과 대법원장 인사청문준비단은 추석 연휴 기간 이 후보자 관련 설명자료를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에게 제공하며 막바지 설득 작업을 벌였다. 4일부터는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을 일일이 찾기도 했다. 63쪽짜리 설명자료에는 “후보자는 법조인인 대통령을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알게 됐을 뿐 대통령과 직접적인 친분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 사법행정, 민주적·수평적 사법행정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특위 소속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본인과 처가, 그리고 자녀의 재산형성 과정의 문제점과 비위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하며 끝까지 불성실하게 소명했다”며 후보자의 성실한 자료 제출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판사들은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지금도 제대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인데, 대법원장이 낙마한다면 사법부가 정치적인 상황에 휘말리게 되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사법행정 업무는 어떻게든 돌아가겠지만, 대법원장 공석이 끝없이 장기화할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는 6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최소 10월 한달간 대법원장 공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후보자 지명부터 인사청문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 최소 한달은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안철상 대법관이 지난달 25일 소집한 대법관 회의에서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중요한 판결이나 판례 변경 등이 필요할 때 소집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은 대법원장이다. 안 대법관이 사법행정 업무를 맡음에 따라 사건 배당을 줄이거나 중지하도록 대법원 내규 개정도 검토 중이다.
소장 교체를 앞둔 헌법재판소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음달 10일 유남석 헌재소장의 임기가 끝나는데,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지며 정치권의 관심이 대법원에 쏠리는 동안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임명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헌재는 소장 공백을 막기 위해 늦어도 다음주에는 소장 후보자가 지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송구하다’와 ‘몰랐다’였다”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사법신뢰는 요원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혜민 기자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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