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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 끊는 산업재해’ 30%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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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4월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화재감시자로 일을 시작한 ㄱ씨는 현장에서 관리자의 부당한 업무 지시, 성희롱과 인격 모독적 언행 속에 입사 3개월도 지나지 않은 ...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4월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화재감시자로 일을 시작한 ㄱ씨는 현장에서 관리자의 부당한 업무 지시, 성희롱과 인격 모독적 언행 속에 입사 3개월도 지나지 않은 6월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 부장은 성희롱과 괴롭힘이 벌어진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무마하려 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ㄱ씨 죽음은 자살 산업재해로 승인됐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85명의 자살 산업재해에 대한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니, 이 가운데 25명(29.4%)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질병 판정서는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재해자의 업무 내용이나 작업 환경 등을 종합한 자료로, 산재가 발생하기까지 일터의 문제점을 비교적 자세하게 담고 있다.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의원실은 13일 ‘자살 산재 현황 분석 토론회’를 열어 지난해 자살 산재를 신청한 97명 가운데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확보한 8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과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자를 자살 산재에 이르게 한 가장 많은 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29.4%)이었다. 과로가 15.2%(13건), 징계·인사처분이 12건(14.1%)으로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는 새벽 근무 강요, 성희롱, 반복적 폭언과 단체 카톡방 배제, 학력 비하, 업무 범위를 초과한 지시 등의 사례가 있었다.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특히 근속연수가 낮은 노동자에 집중됐다. 업무상 질병 판정서 85건 중 근속 기간이 5년 미만인 노동자가 41명(48%)으로 절반 가까웠다. 2020년 9월 연구기관 연구원으로 입사한 한 노동자는 한 달의 짧은 교육 뒤 통상 8명이 수행해야 할 프로젝트를 혼자 감당했다. 하루 업무와 관련한 전화통화 70~100통을 받고, 발주기관의 항의에 시달린 끝에 입사 4개월 만인 2021년 2월 목숨을 끊었다. 경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가 비합리적으로 맡겨진 것이다.

다만 업무상 질병 판정서가 확보된 85명 중 실제 자살 산재가 승인된 것은 39건에 그쳤다. 불승인이 46건으로 더 많았다. 자살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판정서가 확보되지 않은 12건(심사·재심사·소송을 통해 승인받은 경우)을 더해도 지난해 산재 신청자 중 52.6%만 자살 산재를 승인받았다. 자살 산재 승인율은 2020년 70%를 기록한 이후 크게 낮아지는 추세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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