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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게손’ 주장에 ‘2년 전 영국 작품’ 알고도 포스터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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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배포했다가 회수한 ‘2023 의사 과학자 콘퍼런스’ 포스터.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집게손가락’ 모양이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된 행사 포스터를 문제 ...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배포했다가 회수한 ‘2023 의사 과학자 콘퍼런스’ 포스터.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집게손가락’ 모양이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된 행사 포스터를 문제 될 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그림은 2년 전 영국에서 제작한 것이었다. 창작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억지 논란에 휘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지난 7일 오후 ‘2023 의사 과학자 콘퍼런스’ 보도자료를 수정 재배포하며 “(자료에 첨부한) 포스터는 회수됐으니, 사용을 금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행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의 의사와 과학자, 전문가를 초청해 양성 정책을 듣고 국내 우수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7∼8일 이틀간 제주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의다. 복지부는 콘퍼런스를 소개하는 포스터에서 알약을 가리키는 여성의 손가락이 최근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남성 혐오’ 상징이라고 비난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그러나 해당 그림은 2021년 영국에서 국외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뢰로 포스터를 제작한 업체는 복지부 등에 보낸 공문에서 “문의하신 콘텐츠는 해외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당사에서 유통 중인 콘텐츠로 2021년 4월24일 영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작가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며, 캐릭터가 실험실 내 특정 의학 기계를 가리키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집게손가락’ 모양이라고 주장한 포스터 속 그림. 보건복지부 제공

복지부는 이런 공문을 받고도 포스터를 회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한 기자로부터 논란이 되는 포스터를 써도 되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며 “의도를 가진 게 아니라 단순히 (돈 주고) 산 디자인이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불필요한 논란에 대응하기보다 행사에 집중하고자 바꿨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이상한 사유로 공격하는 쪽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지만, 그런 사태가 커지지 않도록 역할을 하는 게 정부”라며 “정부가 이런 주장을 의견이라고 해서 반영하는 것 자체가 창작자들에겐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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