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 택시가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임금 체불을 규탄하고, 택시 완전 월급제(일정 시간 이상 일하면 임금을 조건 없이 월급으로 지급) 시행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노동자 방영환씨의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등 5개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방씨가 진정한 임금 체불 사건에 대해 ‘혐의 없다’고 판단했는데, 뒤늦게 법 위반 사항을 지적한 것이다. 유가족은 “애초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받은 ‘해성운수 사업장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택시노동자 방씨가 소속됐던 택시회사인 해성운수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모두 5개 법을 위반했다. 구체적으로는 재직·퇴직근로자 휴일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미달 지급했다. 취업규칙을 변경하고서 신고하지 않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법 위반으로 노동자에게 체불한 임금 총액은 7천여만원이다. 해성운수는 방씨에게 체불한 임금은 1500여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방씨는 올해 2월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내고 회사의 임금 체불 문제를 고발했다. 하지만 당시 고용노동청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법 위반 사항에 대해 반년이 지나 다른 결과를 낸 것에 대해 고용노동청은 유가족 쪽에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시도 뒤늦게 나섰다.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확보한 ‘택시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 전수조사 계획’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문제가 된 해성운수가 속한 동훈그룹 계열사 21개사를 긴급점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그룹 21개사 택시사업장의 임금협정서 등을 확보한 뒤 최저임금법, 야간근로수당 미지급,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위반을 확인하고 그룹 전체의 근로감독을 요구해온 바 있다.
지난달 15일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딸 방희원씨는 “아버지가 살아있었든, 돌아가셨든, 원래부터 고용노동청이나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었다. 애초에 제대로 했다면 돌아가실 일도 없었는데 이제야 하니 그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목숨으로 항거하기 전까지 수년에 걸쳐 서울시, 고용노동청, 경찰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심지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사장의 불법과 폭력을 묵인해왔다”며 “이제라도 고용노동청과 서울시는 동훈그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전날 해성운수 대표 ㄱ씨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특수협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회사의 임금 체불 등에 항의하며 1인 시위 중인 방씨를 폭행하고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방씨가 숨진 뒤에도 다른 노동자를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ㄱ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남부지법에서 11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된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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