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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통 검사 김홍일 방통위원장 지명에…검찰 내부서도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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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고위직 청렴리더십 특강을 위해 청주 청렴연수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국가 방송정책을 총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고위직 청렴리더십 특강을 위해 청주 청렴연수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국가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지명하자 검찰 안팎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검사 경력 대부분을 조직폭력배 등을 수사하는 데 보낸 이른바 ‘강력통’ 출신으로, 방통위원장이 갖춰야 할 전문성과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내 ‘특수통(특별수사부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검사 생활 대부분을 강력부에서 보낸 강력통이다. ‘조폭 수사의 대부’, ‘조폭 저승사자’ 등으로도 불린다.

검찰의 강력부는 1990년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창설한 부서다. 김 위원장은 서울지검 강력부의 계보를 이은 ‘정통 강력검사’로 지존파 사건, 영생교 사건,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연예인 마약사건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요 강력사건을 맡았다. 수원·서울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과장을 지냈다. `강력사건 현장수사론'이라는 책도 썼고, 검찰 퇴임 뒤에도 전국 강력부 검사들 앞에 조폭 수사 강사로 서기도 했다.

그가 ‘특수부 검사’로 세간에 알려진 건 비비케이(BBK) 수사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이던 2007년 그는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비비케이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맡았다.

‘김홍일 3차장검사-최재경 특수1부장-김기동 특수1부부장’으로 구성된 수사팀은 그해 8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에 대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며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점을 강하게 암시하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치열한 한나라당 당내 경선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1주일 전이었다.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됐다.

똑같은 수사팀은 대선을 2주 앞둔 그해 12월 5일 정반대 결과를 발표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생중계된 중간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도곡동 땅과 한 몸으로 얽혀 있는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8월 수사결과와 모순된 발표였다. 그해 12월19일 역대 가장 큰 표 차이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내내 ‘꽃길’을 걸었다.

2007년 수사팀의 결과는 2018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한동훈 3차장 검사가 이끈 재수사에서 정반대로 뒤집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소됐다.

김 위원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을 중수2과장으로 데리고 일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혐의 등을 수사했다. 지난 대선 때 ‘검사 윤석열이 대장동 의혹을 알고도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로 그 수사다. 현재 검찰은 당시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들을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 위원장의 방통위원장 지명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검사 업무와 유사한 권익위와 달리 방통위는 검사, 특히 강력부 출신 검사의 업무와 별 상관없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한 부장검사는 “단순히 심의·제재하는 게 방통위 업무라면 법조인 출신이라 전문성 있다 하겠지만, 방통위 업무는 그런 게 아니지 않으냐”며 “금융사건 수사 경험 있다고 금융감독원장으로 보내는 것만큼 황당하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방통위원장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라며 “쓸데없이 검사 출신을 보낼 필요가 있느냐. 이건 너무한 인사다. 비전문가를 앉혔다는 소리를 면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제제·통제·장악하는 걸 방통위 업무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강력부 출신 검사를 보내겠느냐”며 “전임자도 몇달 동안 감사·조사해서 사람 자르는 일만 하다 보니 그걸 주요 업무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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