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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갤러리는 그만…‘살고 싶다’ #극복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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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피해로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우울증을 앓았던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지난해 9월 엑스(X·옛 트위터)에 ‘극복계’(극복 계정)라는 해시태그를 처음 만들...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피해로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우울증을 앓았던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지난해 9월 엑스(X·옛 트위터)에 ‘극복계’(극복 계정)라는 해시태그를 처음 만들었다.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끼리 서로 힘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본래 김씨는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우울계’(우울 계정)를 만들었지만, 다른 ‘우울계’들의 ‘죽고 싶다’는 글과 자해 사진들을 보며 되레 자신이 잘못된 선택이나 일탈을 하게 될까봐 계정 개설과 삭제를 반복하곤 했다.

김씨가 만든 극복계에선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서로의 증상에 관한 경험을 공유하고 불안 해소 방법, 복약 정보 등의 조언을 나눈다. 일종의 에스엔에스(SNS) 해시태그 기반 ‘느슨한 연대체’다. 우울계와 가장 큰 차이는 ‘일단 살아보자’는 생각을 모두가 공유한다는 것이다. 우울과 불안을 가감 없이 얘기하면서도 극복계에선 ‘천천히 목욕부터 해보자’, ‘노래 들으며 산책해보자’는 결론에 다다른다.

‘극복계’ 해시태그를 만든 김아무개(21)씨가 지난 10월 자신의 근황을 알리기 위해 올린 글. 엑스 갈무리

극복계는 김씨가 겪은 우울계의 부작용과 반대 지점에서 조용히 확산하고 있다. 우울계로 소통하는 10~20대들은 자해 등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와 생각을 서로 강화하고, 정신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노린 성범죄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우울계 문화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특히 지난 4월 서울 강남 빌딩에서 자신의 투신 장면을 에스엔에스에서 생중계한 고등학생이 생전 우울계와 성격이 비슷한 우울증갤러리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울계 등의 위험성이 수면 위에 올라왔다.

반면, 극복계에선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함께 뭔가를 해보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직장인 이아무개(25)씨는 지난해 말 극복계 지인들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인을 위한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대학생 김아무개(23)씨도 극복계 캠스터디(화상회의 앱으로 하는 스터디 모임)에 날마다 참여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극복계 활동 전에는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했던 이씨는 30일 한겨레에 “실패해도 서로 ‘그럴 수 있지’라며 다시 할 일을 해나가는 이들을 보며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극복계를 통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지우고 치료를 받게 된 이들도 있다. 조아무개(20)씨는 극복계 덕분에 지난 3월 정신과를 처음 찾았다. 주변 물건들이 일직선으로 놓여 있지 않은 것만 봐도 불안했던 조씨는 극복계 지인들의 조언으로 자신의 강박 증세를 깨닫고 내원했다고 한다. 극복계를 만든 김씨는 하루에 30알 먹던 정신과 약을 지금은 15알도 채 먹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극복계 활동은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ㄱ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약 10명의 극복계 지인들과 영화를 보고 식사를 했다. ㄱ씨는 “모임에서 갑자기 공황 증세가 나타났던 적이 있는데,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극복계 밖 지인들이었다면 왜 공황이 왔는지 설명했어야 할 것 같아서 이들이 든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질환은 뇌와 외부 환경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며 “서로 용기를 북돋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활동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고나린 기자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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