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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임계점 왔다, ‘1.5도 약속’ 행동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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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전력회사 피지이(PGE)가 폴란드 로고비에츠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우하투프(벨차토프) 발전소가 지난 22일(현지시각) 회색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로고비에츠/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의 전력회사 피지이(PGE)가 폴란드 로고비에츠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우하투프(벨차토프) 발전소가 지난 22일(현지시각) 회색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로고비에츠/로이터 연합뉴스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2015년 ‘파리의 약속’을 지킬 행동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

전세계 198개 나라와 기후·환경단체 대표 등 7만여명이 이런 고민을 안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현장에 집결한다. 당사국총회는 각국 정상을 포함한 대표단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책을 협상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30일(현지시각)부터 12월1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총회는 ‘1.5도 제한’을 뼈대로 하는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각국의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고, 기후변화가 개발도상국 등에 야기한 피해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 운용에 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등 매우 중요한 결정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번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전세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한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지난 17일과 18일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각각 2.07도, 2.06도나 올랐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틀간의 일시적 현상이라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류가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2도의 벽이 깨진 건 처음이다.

같은 날, 유엔환경계획(UNEP)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온난화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2023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현재 각국이 제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한다고 해도 세기말까지 지구의 온도가 2.9도나 오를 가능성이 66%나 된다는 추산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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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3도 오를 경우, 극지대의 빙상이 걷잡을 수 없이 녹아내리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가뭄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전세계가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세계 수많은 지역이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바이에서 열리는 당사국총회에 전세계 시선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각국 대표단은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 노력의 진행 상황 등을 처음으로 점검(‘전지구적 이행 점검’)하게 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 여부와 ‘재생에너지 설비 3배 확대’ 등 기후행동을 강화하는 각종 의제에 참가국들이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지난해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의 세부 운영안도 논의된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 감축 수준으로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사안마다 ‘기후위기 책임’ 강조 여부 등을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이번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벌써부터 구속력 있는 합의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의 여파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각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전세계 시민사회는 물론 교황까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화석연료 퇴출 계획은?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민국이 돈을 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이미 받았습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 협상 전망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한국에 기대되는 역할을 설명하다가 이런 사실을 밝혔다.

한국은 2015년 제21차 당사국총회 당시 체결된 ‘파리협정’에서 개발도상국(‘비부속서 Ⅰ’)으로 분류됐지만, 지금 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여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2023년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국이자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나라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전세계 9위였다. 수많은 국가가 한국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에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총회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을 3배로 확대하자’는 의제를 띄우고, 참가국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은 이미 지난 16일 이런 방안에 합의한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이 G20 국가 가운데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인허가팀 연구원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세계적 흐름을 거슬러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라고 했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정부도 이 부분(재생에너지 생산 3배 확대에 합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구체적 입장도 밝혀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시기를 못박으려 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전 열린 제26차 당사국총회에서 영국과 덴마크 등 34개국은 ‘해외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직접 투자를 끝내고, 청정에너지 전환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두자’는 내용의 ‘글래스고 선언’에 합의했지만, 한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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