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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신분증’ 3만원에 위조 “육안으론 구분 불가능”…행안부, 수사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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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24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모바일 신분증) 갈무리(왼쪽)와 한겨레가 접촉한 위조 판매상으로부터 지난 21일 전달받은 신분증 갈무리(오른쪽). 두 신분증은 육안으로 구...

정부24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모바일 신분증) 갈무리(왼쪽)와 한겨레가 접촉한 위조 판매상으로부터 지난 21일 전달받은 신분증 갈무리(오른쪽). 두 신분증은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웠다. 김영원 기자
“저 내일 친구들이랑 놀기로 했는데 빨리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미성년자 사진에 술·담배 구입이 가능한 ‘04년생’ 생년월일이 적힌 위조 ‘모바일 신분증’을 만드는 데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텔레그램을 통해 위조 판매업자에게 사진과 이름, 집 주소를 알려주고, 보내온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토스’ 아이디로 3만원을 송금하니 바로 위조 모바일 신분증이 있는 ‘링크’가 왔다. 위조 판매업자는 “미리 준비된 제작 코드에다가 정보만 넣으면 3분 안에도 제작이 가능하다”며 “술집을 가거나 담배를 사고자 하는 미성년자들이 주고객층”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부터 행정안전부가 정부24 앱을 통해 실물 주민증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모바일 신분증)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손쉽게 위조 모바일 신분증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행안부는 미성년자 등이 이를 악용할 것을 우려해 에스엔에스(SNS)에서 활동하는 신분증 위조업자들을 경찰에 수사의뢰 했다.

지난 21일 한겨레가 접촉한 위조 모바일 신분증 판매업자. 판매업자는 에스엔에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구매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김영원 기자
지난달 16일과 24일 한겨레가 에스엔에스를 통해 접촉한 3명의 업자는 신분증 위조 대가로 3000원(1일 이용)에서 3만5000원(무제한 이용) 상당의 돈을 문화상품권 또는 토스 익명 송금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에스엔에스 계정엔 술집·담배 사진과 함께 “방금 사용해봤는데 정말 뚫리네요. 감사합니다. 잘 사용할게요!”와 같은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3만원을 주고 발급받은 위조 모바일 신분증은 실제 정부24 앱에서 보이는 모습과 동일하게 만들어져 육안으론 구분이 어려웠다. 판매업자 ㄱ(14)씨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캡쳐하는 건 실제 앱처럼 문구가 움직이거나 시간이 뜨지 않아 속이기 어렵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건) 실제 앱과 유사해 거의 안걸린다”며 “지난달만 400개 신분증을 제작해 45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지난 21일 한겨레가 접촉한 위조 모바일 신분증 판매업자. 판매업자는 문화상품권 3만5000원을 요구했다. 해당 업자는 문화상품권만 받고 연락을 끊었다. 김영원 기자
자영업자들은 위조 신분증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24 모바일 신분증은 일정 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 진위 확인용 큐알(QR)을 스캔해 검증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런 방법을 알지도 못하고 시간적 여력이 되지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장아무개(36)씨는 “캡쳐 화면 등은 구별이 가능한데, 실제 앱과 동일(하게 움직이기만)하면 그냥 들여보낼 것 같다”며 “바쁜 상황에서 큐알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 8월 경찰청 위조 업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8월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모바일 신분증 의심 계정 2개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다”며 “형법상 공전자기록 위작·변작죄, 주민등록법 위반 등으로 처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건은 세종경찰청으로 이관된 상태다. 공전자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점 등이 모바일 신분증 진위 확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진욱 변호사(한국IT법학연구소장)는 “위조 자체를 막는 것이 어렵다면 이것의 진위를 식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기기나 프로그램들을 설치·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원 기자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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