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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9배 뛰었지만 일회용품 과태료 30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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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이 지난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철회와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업체...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이 지난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철회와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업체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일회용품 관련 규제는 199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일찌감치 30년 전부터 환경보전 등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국민의 책무’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정권에 따라 일회용품 관련 정책이 후퇴와 복원의 부침을 반복하면서, 규제의 강도는 도리어 완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활용 촉진’이란 이름으로 일회용품 규제법을 만들며, 정부는 이듬해 6월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음식점과 숙박업소, 백화점, 쇼핑센터 등에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이 과태료 상한은 현재 일회용품 사용금지 규정을 어기는 업소에 물리는 과태료 상한과 같다. 1993년 최저시급이 올해(9620원) 9분의 1 수준인 1005원이고, 라면 1봉지 값이 230원(한국물가협회 발표 기준, 올해는 820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규제 강도가 상당히 높았던 셈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까지 방송에 나와 사용 자제를 호소할 정도로 일회용품 증가에 따른 환경 문제가 커지고 부각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였다.

이렇게 시작된 일회용품 규제는 관련 업계와 소비자 양쪽으로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대체로 강화되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음식점의 일회용 컵과 접시 등 사용 금지는 애초 33㎡(10평) 이상 업소에만 적용되다가, 1999년 2월 하순부터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매장 면적이 33㎡가 넘으면 손님들에게 일회용 봉투와 쇼핑백 등을 무료로 제공하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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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이런 규제 확대를 예고했을 땐, 규제 대상 업계는 ‘준비 부족’을 내세워 일제히 연기를 요구했다. 일회용품 제조업계에서는 ‘무더기 도산이 우려된다’며 반발했고, 대한상공회의소까지 나서 유보를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자체와 주기적으로 합동 단속을 벌이고 결과를 발표하는 등 환경보전을 위한 일회용품 규제란 정책 방향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이 뒤집히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일회용 종이컵 보증금제’가 폐지된 게 대표적이다. 일회용 종이컵 보증금제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소비자가 음료를 구매할 때 일회용 종이컵 가격이 포함된 금액을 지불했다가, 일회용 종이컵을 반납하면 그 가격만큼 금액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2003년부터 관련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이 제도를 시행해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 한달 만인 2008년 3월 ‘규제 개혁’이란 이름으로 제도를 폐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6월부터 이 제도를 다시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해 12월1일까지 시행을 유보하는 쪽으로 제도를 후퇴시켰다. 또 유보 기간이 끝난 직후엔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이 제도를 시범 시행하는 쪽으로 더 뒷걸음쳤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7일, 일회용 종이컵 사용 규제를 취소하고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사실상 무기 연기하는 조처가 발표됐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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