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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교통체증 부르는 드라이브 스루, 부담금은 연 47만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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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 앞 모습.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우리에게 어느덧 친근해진 프랜차...

부산의 한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 앞 모습.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우리에게 어느덧 친근해진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있습니다. 바로 ‘드라이브 스루’(승차 구매) 매장인데요. 차에 탄 채로 음식물을 주문하고 받아가는 매장입니다.

그런데 이 매장들의 숫자가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몰려들면서 한 개 차선을 점령하는 등 교통체증을 부르는 점입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진입하려는 차량 행렬에 따라 보행자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때로는 교통사고 위험에도 노출됩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 정보분석시스템 자료를 보면, 2015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5년6개월 동안 드라이브 스루 매장 관련 민원은 모두 1121건 접수됐습니다. 이 가운데 ‘차량통행 방해’가 51.4%(756건)으로 가장 많았고, ‘보행 불편’이 32.2%(361건), ‘매장 구조 및 안전시설물 문제’ 9.7%(109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민원이 이어지자 국토교통부는 2021년 제도 개선을 위해 명지대학교 연구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합니다. 연구팀은 이후 9개월 동안 연구를 수행하고, 같은해 12월 ‘승차구매점(드라이브 스루) 관련 제도 도입방안 연구’라는 제목으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보고서를 보면, 2021년 8월31일 기준으로 전국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스타벅스가 253곳, 맥도날드가 188곳, 버거킹이 54곳, 롯데리아가 27곳, KFC 8곳, 투썸 플레이스가 9곳 등입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지역은 경기도였는데요. 스타벅스는 253곳 가운데 74곳(29.2%), 맥도날드는 188곳 가운데 43곳(22.9%), 버거킹은 54곳 가운데 14곳(25.9%), 롯데리아는 27곳 가운데 11곳(40.7%), KFC는 8곳 가운데 2곳(25%)이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9군데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조사해 교통량과 차량대기 행렬이 어느 정도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스타벅스 5곳, 맥도날드 3곳, 버거킹 1곳이었는데요. 이 9곳의 평균 교통량은 평일 평균 456대, 주말 평균 505대였습니다. 평균 차량대기 행렬은 평일 3대, 주말 5대였고, 최대 대기행렬은 평일 6대, 주말 8대였습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2020년 교통연구원에서 수행한 교통유발원단위조사 결과,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교통유발계수가 평일 1503으로 일반적인 업무시설(45.9)의 32.8배, 판매시설(188.7)의 8배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승차구매점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용차량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차량대기가 승차구매점 외부로 발생해 도로를 점유하게 되어 그 도로의 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와의 상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더 나아가 차도를 이용하고 있는 다른 차량통행에도 방해를 주게 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몇 가지 개선 조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먼저 교통체증 완화를 위한 개선 조처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 부지 내 차량 대기 공간을 40m 이상 확보할 것(평균적인 상황에서의 대기행렬을 부지 내로 흡수하기 위함) △진·출입로 가로변의 차로수는 편도 2차로 이상이거나 본선차로가 편도 1차로인 경우 건축선을 후퇴하게 해 적정 길이의 1차로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 △교차로와 도로점용구간의 최소거리는 교차로에서 진입로까지는 40m, 진출로에서 교차로까지는 20m 이상 확보할 것 등이 제안됐습니다.

교통안전을 위한 개선 조처로는 △진·출입로는 차량이 보도를 최단거리로 통과하게 계획할 것 △교차로, 버스정류장 등 주변 교통시설의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아니할 것 △과속방지턱이나 정지선으로 정지를 유도할 것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현행법으로 교통체증과 보행자 불편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에 따라 건축물이 도로에 끼치는 영향과 주차 등으로 인해 대량의 교통수요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지 살피고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교통영향평가 제도는 연면적 1만5000㎡ 이상인 건축물에만 해당돼 대부분 연면적 1000㎡ 이하인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게다가 교통혼잡 등을 일으키는 시설에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 역시 시설물 연면적이 1000㎡ 이상인 건물에만 물릴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그나마 연면적 1000㎡ 이상인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서울시가 2020년 부과한 교통유발부담금을 살펴보니 6116㎡인 맥도날드 양재SK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1년에 92만1820원을 내고 있었고, 2805㎡인 스타벅스 신림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1년에 28만8780원을 내고 있었습니다. 1000㎡ 이상인 서울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 6곳의 평균 연면적은 3935㎡였고, 이 매장들의 평균 교통유발부담금은 47만9409원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생기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환경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요. 연구팀은 스타벅스 용인시청 드라이브 스루 매장(용인시청점)을 사례로 시민들이 얻는 불이익과 환경 비용을 측정했습니다. 매장 인근 교통체증으로 인해 다른 운전자와 승객이 잃게 되는 통행시간가치(통행자가 통행시간을 단축하고자 지불하는 금전적인 가치)와 추가 운행비용을 산정해 사회적 비용을 측정했습니다. 또 매장 이용을 위해 정차 중인 차량이 내뿜는 환경 비용(대기오염)을 돈으로 환산했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스타벅스 용인시청점의 직접적인 영향권(수도권 지하철 삼가역 삼거리부터 매장까지의 도로 245m)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환경 피해는 2021년 기준 연간 1억6700여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용인시청점이 생겨 인근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1억 6400만원어치(통행시간가치 1억1천만원·추가 운행비용 5400만원)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대기오염도 300만원어치 발생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책임질 수 있는 도구로 “교통유발부담금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며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유발수요는 면적에 비례하지 않고 입지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교통연구원에서 수행한 교통유발원단위조사에 담긴) 교통유발계수를 적용하는 것이 합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부담해야 할 교통유발부담금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부처 예산을 들여 용역 연구를 맡긴 보고서가 제출된 지 1년10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한겨레의 거듭된 문의에도 불구하고 대응 방식이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2023년 9월 현재 전국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 현황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 생활교통과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교통영향평가나 교통유발부담금 부과를 도입하려고 준비하고 있지만, 시기나 대상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해 관계자에게 비용이 드는 문제인 만큼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승차구매점이 분기나 관리별로 관리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가 이렇게 손놓고 있는 동안 드라이브 스루 매장 인근의 교통체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행자의 안전은 계속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뚜렷한 답을 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이재훈 기자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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