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개정 노조법 2·3조의 의미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문제점’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철 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발언하고 있다. 김해정 기자
법학자들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분별한 거부권 남용은 국회를 통해 표출된 국민 의지를 벗어난 ‘행정 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21일 열린 ‘개정 노조법 2·3조의 의미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문제점’ 기자 간담회에서 헌법학자 김종철 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대통령 거부권은 입법독재 같은 거악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입법권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률안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 주권자인 국민이 압도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바라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회(입법부)의 권한을 뛰어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에 근거한다. 다만 헌법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라고만 조건을 달고 있을 뿐, 거부권 행사 요건이나 한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여당과 사용자단체들은 지난 9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잇달아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재의 요구된 법안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헌법에 모호하게 규정됐다는 이유만으로 거부권이 남용되면 “입법권이 무력화되고 행정독재가 초래된다”고 짚었다. 국회를 통해 모인 국민적 합의를 사실상 대통령 마음대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주권자인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있다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최근 여론 동향을 보면 국회 입법권 무산을 정당화할 만큼 (거부권 행사가) 지지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직장갑질119가 지난 8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선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44.4%가 반대해 찬성(20.6%) 여론보다 두배 넘게 많았다.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과 같은 날 국회를 통과한 방송 3법(3개 법안)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 임기 시작 1년 반 만에 거부권 행사 법안만 6건에 이르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용우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는 “감소 추세였던 거부권이 윤 정부 들어 남발되는 것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는 이승만(45건), 박정희(5건), 노태우(7건), 노무현(6건), 이명박(1건), 박근혜(2건) 대통령 등 계속 줄고 있다.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땐 0건이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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