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일자 신고도, 화장터 안치도 못 한다…‘행정 먹통’이 기가 막혀

“오늘 전입신고 안 되면 저한테 불리할 수도 있는데….”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하는 공무원 전용 행정 전산망인 ‘새올’이 마비돼 민원서류 발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은평구 진관동 주민센터에는 1분마다 시민들이 들어왔지만 모두 ‘아무것도 안 된다’는 소식에 발길을 돌렸다. 주민센터 한쪽에는 의자에 앉아 불안한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전입신고를 하러 주민센터를 찾은 직장인 박서희(26)씨는 “계약서상에 특약으로 잔금지급일 익일까지 권리 변동사항이 없도록 한다는 조항을 넣었는데, 이게 오늘 안 되면 저한테 불리할 수도 있어서 많이 불안하다”며 “전입신고를 한다고 해도 다음 날에 (대항권 등) 효력이 발생하니까 오늘 꼭 해야 하는 것도 있다. 언제 될지 모르니 계속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부터 종일 주민센터 근처에 있었다는 전홍필(60)씨는 “한남동에서 (건물) 공사를 하는데 허가를 맡으려면 구청에 인감 증명을 내야 한다”며 “오늘 아침부터 왔는데 안 된다고 해서 2시간을 기다리다가 점심 먹고 왔는데 또 안 된다고 한다.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한 70대 남성은 “집을 매매하려고 국세완납증명서를 떼러 왔는데 안 되니 불편하다. 오늘이 계약일이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직원 ㄱ씨는 “인감증명서는 무인증명기로도 발급이 안 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자료고 계약이나 부동산 매매할 때 필요한데 (일부러 온 시민들이) 많이 곤란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재발급해 수령하러 온 시민도 전산 문제 때문에 찾아가지를 못했다고 한다. 전산에 전자 서명을 하고 지문이 일치하는지 확인해 배부하게 돼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ㄱ씨는 “이 경우마저도 임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정도로밖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장터에 고인이 된 가족을 안치해야 하는데 주민등록초본이 떼어지지 않아 난감해하는 시민도 있었다. 임시 서류에라도 도장을 찍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주민센터 쪽에선 공문서가 아닌 임시 서류에 도장을 찍긴 어렵다고 거절했다. 이아무개(56)씨는 “오늘부터 장례를 시작했고 아침부터 서류를 떼러 계속 오고 있는데 계속 안 된다고 한다”며 “화장이 일요일 아침이라 오늘이 아니면 방법이 없다. 망자의 마지막 길을 망치는 상황이 될까 무섭다”고 말했다.

중고자동차 매매 단지에서도 서류가 안 떼어진다는 고객들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고차 매매 업체 대표 ㄴ씨는 “좀 전에도 고객 한 명이 전산이 막혔다고 인감을 못 뗀다고 해서 오늘 계약을 못 하고 다음 주에 다시 날짜를 잡기로 했다”며 “일을 10년 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 본다. 갑자기 나라 전산이 마비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고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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