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한양대 법학연구소와 ㈔노동법연구소 해밀이 공동 주최한 ‘원하청 단체교섭의 쟁점과 미래’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김해정 기자
“일본은 이미 1960년대부터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논의가 시작돼, 1995년 최고재판소 판결 때문에 이를 인정했고 지금까지 견지되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에 있는 빌딩 그랜드센트럴에서 한양대 법학연구소와 ㈔노동법연구소 해밀이 공동 주최한 ‘원하청 단체교섭의 쟁점과 미래' 심포지엄에서 정영훈 부경대 교수(법과대학)는 일본의 원하청 단체교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사용자 범위를 넓힌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안과 관련해 일본에선 이미 28년 전에 법리로 인정돼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대법원 겸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1995년 아사히방송이 사내하청 노조의 교섭을 거부하자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아사히방송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면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을 법리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는 2010년 대법원이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의 토대가 됐다.
나아가 일본에선 하청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 등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례도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일본에서 특수형태노동자 등 노무 제공자 노조는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음악가 노동조합, 즉 일본음악가유니온이 2014년 모든 음악가에게 적용되는 기준 연주료에 대해 엔에이치케이(NHK) 및 민간 방송사와 구두 합의를 하거나 일본레코드협회와 협정을 체결한 사례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도쿄도 노동위원회는 배달노동자로 구성된 우버이츠 유니온에 대해 플랫폼기업인 우버이츠재팬, 사실상 모기업인 우버재팬까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미국에선 간접고용 관계에서 노동법상 사용자를 규율하기 위해 공정근로기준법과 연방노동관계법 등에서 ‘공동사용자 법리'를 발전시켜왔다. 공동사용자 법리는 한 노동자의 노동조건 결정에 여러 사용자가 관여할 경우, 이들 모두를 노동법상 사용자로 간주한다는 법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원청인 브라우닝페리스와 청소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리드포인트를 청소노동자로 구성된 지역 노조의 공동사용자라는 판단을 내놨다. 미국 사례 발제를 맡은 강주리 서울시립대 강사는 “미국에선 단체교섭 의무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고용계약'이 아닌 ‘지배관계'로 접근한다”고 짚었다.
강 강사는 “연방노동관계위원회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등 기본적인 고용조건 중 어느 하나를 지배하고 있으면 공동사용자로 지위 인정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지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엔 해당 고용조건에 대해 (사용자로서) 교섭할 의무를 부정한다”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안 2조도 ‘근로조건에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만 사용자로 본다. “수십 수백 하청사의 단체교섭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경영계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장은 과잉 해석이란 반박이 나오는 이유다.
토론자로 나선 강성태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개정안이 근거하는 지배력설은 우리나라 학계에서 현재 통설이거나 적어도 압도적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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