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ories:
사회

인권단체들 “망언과 혐오에 익숙한 인권위원들, 기괴하다”

Summary

16일 오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 법,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정책대응모임 주최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10층 배움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이대로 좋은가?...

16일 오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 법,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정책대응모임 주최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10층 배움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박한희 변호사(왼쪽서 세번째)가 발표를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망언과 혐오발언에 익숙해질 정도가 됐으니 참으로 기괴한 상황입니다.”(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어불성설, 천부당만부당입니다. 이건 인권위 내부 폭파행위입니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10층 배움터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시민사회 토론회가 열렸다. ‘인권정책대응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 법,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7개 인권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한 말은 한마디로 ‘경악과 무력감’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21년을 유지해온 인권위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첫번째 발표를 한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상임위원과 소위원장을 맡은 사람들이 인권위를 망가뜨리고 있다. 국가인권기구의 신뢰성 자체가 훼손되는 상황”이라면서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 그동안 했던 발언들을 소개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6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다”라고 했고, 노조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자 보호법 내지 불법행위 조장법”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인에 대한 ‘읽기도 민망한’ 혐오발언이 있었고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는 독립성 침해 발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진정 사건을 자동으로 기각시키도록 소위원회 의결방식을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서 비판했다. 현재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주도로 한석훈·한수웅·김종민·이한별 비상임위원까지 6명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소위원회에서 의견불일치 때의 처리’에 대한 의안을 전원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한 교수는 “두 명의 상임위원과 거기에 빌붙어 뇌동하는 위원들의 행태는 인권위를 내부로부터 폭파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한상희 교수는 “소위에서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제쳐버리겠다는 것은 인권위가 지닌 합의제로서의 성격을 부정하는 것이다. 소위에 참여하는 한 사람이 나머지 인권위원 10명에 군림하고자 하는 독단에 의해 진정인의 목소리가 지워진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김용원 상임위원이 겸임 중인 군인권보호관으로서 군인권센터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걸고 고 윤승주 일병 유가족 등을 특수감금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지휘권도 없는 상임위원이 행패를 부리는 데 아무도 통제를 못 하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인권위와 유가족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수사 진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대표활동가는 “인권위는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받는 이들의 마지막 은신처로서 신속하게 개입하고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면서 이충상 상임위원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에게 했던 모욕적 발언을 상기시켰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회사 쪽의 단수조치를 중단하라는 긴급구제 신청을 한 사건에 대해 전원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기각시키겠다”고 했고 노동자들에게는 “집에 와서 샤워하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명숙 활동가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진정 당사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해도 인권위에 기대지 않게 될 거다. 인권위가 무력화될 것 같다”고 했다.

조인영 변호사(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혐오 발언들이 인권위 위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경악스럽다. 사과하거나 공식입장을 내는 등 후속조치가 없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토론회 사회를 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활동가는 “내년 9월에 위원장이 바뀌고 여러 위원도 바뀐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인권위 위상과 체제에 대한 중대한 문제다. 인권위를 바로세우기 위한 연대체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따로 보도자료를 내고 “인권위 배움터는 자신들과 정치적 코드가 일치하는 사람들에게 놀이터로 제공돼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며 “(공간을 제공한) 송두환 위원장과 박진 사무총장의 인권위 사유화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고경태 기자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