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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방통위의 ‘언론탄압’ 폭주, 이동관 탄핵 발의는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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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검찰·방통위의 ‘언론탄압’ 폭주, 이동관 탄핵 발의는 자업자득. 한겨레TV 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를 했던 언론사와 기자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

[논썰] 검찰·방통위의 ‘언론탄압’ 폭주, 이동관 탄핵 발의는 자업자득. 한겨레TV
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를 했던 언론사와 기자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입니다. 이런 수사에 특별수사팀까지 꾸린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온통 야당 수사에만 매달리고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손도 대지 못하는 검찰이 한발 더 나아가 살아있는 권력을 ‘보위’하는 수사까지 벌이는 형국입니다. 이쯤 되면 ‘오로지 권력자를 위해서만 일하는 검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언론 자유를 옥죄고 있는 또 하나의 손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입니다. 방통위는 문화방송(MBC)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무리하게 교체해 문화방송을 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 근절’을 내세워 사실상의 언론 검열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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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명한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지난 9월30일 ‘우려스러운 한국의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언론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기몰입과 열의는 과거 군사독재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로 이행한 성공 사례인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런 평가까지 받게 됐는지 개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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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권력감시에 족쇄 채우는 ‘검증 보도’ 수사

먼저 검찰 수사의 문제점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압수수색을 당한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는 대선 당시, 2011년 대검찰청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1800억원 규모의 대장동 사업 부실 대출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당시 주임검사가 윤석열 검사였습니다. 대장동 일당에게 대출을 알선해준 브로커가 2011년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가 4년 뒤인 2015년에 수원지검 수사로 구속기소돼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만큼 2011년 중수부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검찰은 이같은 보도 내용이 허위라며 수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는 제대로 된 민주국가의 시각에서 본다면 경악할 일입니다. 공직자에 대한 검증과 감시는 언론의 일차적 역할이며 이같은 보도 행위를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한다면 언론의 감시 기능에 족쇄를 채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언론이 없다면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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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보도 내용에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바로잡아야지 형사처벌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언론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현대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이 나온 게 벌써 60년 전인 1964년입니다. 그 한 대목을 보면 이렇습니다.

“무엇이든 적절한 사용과 어느 정도의 남용을 정확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언론이야말로 이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분야댜. (중략)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의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잘못된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숨구멍조차 막게 된다.”

일부 잘못을 트집잡아 언론을 옥죄기 시작하면 언론 기능 자체가 위축되고 이는 민주주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이 소송을 제기한 설리번이라는 사람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간부였습니다. 그리고 형사고소가 아니라 민사소송이었습니다. 일개 시 간부의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언론의 공직자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언론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하물며 최고 지위의 공직자인 대통령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검찰이라는 공권력이 언론을 형사처벌하려는 것은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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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상이 된 느낌입니다. 지난 3월 미국 국무부가 펴낸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 침해 상황이 지적됐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공인들이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범죄화하는 법률을 언론을 위협하거나 검열하는 수단으로 썼다”고 지적하면서 그 사례로 지난해 김건희 여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열린공감티브이’가 압수수색당한 사실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인사검증 과정에서 한동훈 장관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이유로 지난 5월 문화방송(MBC) 뉴스룸과 기자의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뉴스타파와 경향신문 등 여러 언론사와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이같은 문제는 유엔도 지적했습니다. 지난 3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정기 심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지 말 것을 다시 권고했습니다. 특히 정부 고위직이나 선출된 공직자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인을 형사고소하고 실제로 언론인들이 기소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이 언론인과 정치적 반대자를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되며,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비판 문화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위법한 예규 근거로 언론 수사 벌이는 검찰

‘윤석열 검증 보도’ 수사는 이처럼 민주주의 대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현행 법을 어긴 위법한 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를 피해가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 죄명란에 ‘배임수재 등’이라고 기재했습니다. 배임수재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이고, 이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이면 명예훼손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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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하지요. 검찰은 여기서 직접 관련성이라는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무리한 수사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파일’ 보도와 관련해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이에 오간 돈거래입니다. 그러나 경향신문·뉴스버스 등 다른 언론사의 보도는 이와 전혀 관련성이 없습니다. 보도 시점도 5달이나 차이가 납니다.

형사소송법상 ‘관련 사건’이란 범인이 같거나, 같은 범죄를 여러 명이 함께 저질렀거나, 여러 명이 동시에 동일 장소에서 저지른 범죄를 말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법무부가 ‘검사의 수사개시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을 입법예고했을 때도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에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여기에 비춰보면 경향신문·뉴스버스 등의 명예훼손 혐의는 배임수재 의혹과 직접 관련성이 없기에 검찰이 수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시행령에서 해당 조항은 삭제됐고, 대신 검찰이 대검찰청 예규인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에 변형된 형태로 되살립니다.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라는 규정을 만든 것입니다. ‘등’자를 넣음으로써 범인·범죄사실·증거가 모두 겹치지 않더라도 직접 관련성을 무한적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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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명백히 상위법과 충돌합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도 지난해 12월 직접 관련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연구서(‘변화된 수사구조에 따른 형사증거법 개정 연구’)를 냈습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직접 관련성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치를 솔선수범해야 할 검찰이 상위법에 어긋나는 내부 지침을 멋대로 만들어 직접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니, 검찰은 ‘안하무법’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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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비정상 운영 속 ‘언론장악’ 무리수 강행

이제 방통위 문제를 보겠습니다.

방통위는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했지만 법원은 ‘해임 사유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해임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무리한 해임이라는 것입니다. 방통위는 이에 반발해 항고하는 한편, 권 이사장과 비슷한 사유로 김기중 이사를 또 해임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항고도 기각되고, 김 이사 해임 역시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방통위가 ‘연전연패’ 한 것입니다. 방통위가 얼마나 근거없이 방문진 이사진 해임을 밀어붙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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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이른바 ‘가짜뉴스’를 제재하는 초법적 권한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물 등에 대해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해 삭제·차단 등의 선제 조처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동안 방심위의 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 대상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실상의 언론 검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방심위는 9명의 방심위원 중 6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위촉합니다. 이런 기구에서 가짜뉴스 판별권을 쥐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능히 상상이 됩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파일’ 보도에 대한 심의를 강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방심위는 뉴스타파 기사에 대해 삭제나 접속 차단 등 시정요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첫 통신심의 사례로서,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의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점을 인정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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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방통위의 운영 자체가 비정상적이었습니다.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창설된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을 두도록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동관 위원장을 포함해 과반수도 안 되는 2명의 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2명은 대통령 추천 몫 위원들이고, 현재 공석인 나머지 3명은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는 위원입니다. 야당이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는 대통령이 7개월째 임명을 하지 않자 지난 7일 결국 자진 사퇴했습니다. 법에는 위원의 결원이 생겼을 때에는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동관 위원장은 공석인 상임위원들의 추천·임명을 촉구하는 노력도 없이 2인 체제로 방통위를 운영해왔습니다.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법 취지를 벗어나 사실상 한 사람이 의사 결정을 하는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해온 것입니다.

이런 여러 문제들에 이동관 위원장의 책임이 있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유입니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방통위 운영이 아닙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도 이 위원장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방통위 파행과 부당한 운영을 막으려면 탄핵밖에 방법이 없다는 게 이번 탄핵소추안의 논리입니다. 이동관 위원장의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9일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에 반대하며 진행할 예정이었던 필리버스터를 취소하면서 국회 본회의가 일찍 끝나는 바람에 10일 처리되지 못하고 철회됐습니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다시 발의해 오는 30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이튿날 본회의에서 표결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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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어디까지 추락하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장 큰 경고음이 나는 곳 중 하나가 언론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43위에서 올해 47위로 떨어졌습니다. 여러 요인 가운데 정치적 지표가 순위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이 지표는 42위에서 54위로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문화방송 기자들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 등 사건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언론탄압 현실이 평가에 반영된다면 내년에는 이 순위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것입니다. 언론 자유에 대한 경고음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음 자체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21년 16위에서 2022년 24위로 8계단 떨어졌습니다. 점수가 8.03점으로, '완전한 민주국가'의 기준인 8점을 0.03점 차이로 가까스로 넘겨 '결함있는 민주국가' 단계로 떨어지는 것을 겨우 면했습니다. 내년에는 이 지수 역시 위태로워질 것 같습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결코 최종적 성취가 아니다. 그것은 지칠 줄 모르는 노력에 대한 요구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는 취약한 제도입니다. 그것을 지켜온 힘, 그리고 계속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은 주권자인 우리 시민들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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