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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 어떻게 극복했나” 16살 질문에 35년 경력 소방관의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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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꿈이라는 경기도 광주중앙고 1학년 서준명(16)군이 물었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등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오랜 소방 활동을 하신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힘들 때 어...

소방관이 꿈이라는 경기도 광주중앙고 1학년 서준명(16)군이 물었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등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오랜 소방 활동을 하신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러자 35년 경력의 퇴직 소방관 경광숙(66)씨가 이렇게 답했다. “1979년 소방관이 되고 사흘째 되던 날 화재 현장에 나가서 세 명의 생명을 구조했는데, 그때 남다른 보람을 느꼈어요.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과 고통이 많은데, 보이지 않는 힘이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탈바꿈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32년 경력의 퇴직 소방관 박태선(60)씨도 답을 보탰다. “구조의 순간 사람을 만질 때의 기쁨은 돈 주고도 못 바꿔요. 우리가 힘든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이 밀크커피 한 잔 데워주시면서 고맙다고 하시는 말 한 마디 덕분입니다.”

7일 저녁 한겨레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함께 주최한 ‘소방관 초청 토크 콘서트’에서 나온 질의응답이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지난 9월 한겨레가 부상과 질병을 안고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평균 나이 58살의 소방관 15명과 이들의 가족 및 동료 12명을 심층 인터뷰해 보도한 ‘소방관, 몸에 새겨진 재난’ 기획 시리즈 때 함께 진행한 ‘소방관 사이렌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렸다.

토크 콘서트에는 취재팀인 한겨레 김지은·박준용 기자와 조윤상 피디, 기획 시리즈 인터뷰이인 퇴직 소방관인 경씨와 박씨,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 ‘소방관 사이렌 캠페인’을 협업한 ‘119레오’ 이승우 대표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119레오는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새활용)해서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를 소방관에게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소방관 사이렌 캠페인’에 참여한 한겨레 후원 회원과 뉴스레터·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구독자 가운데 선착순 43명이 청중으로 자리했다.

토크 콘서트에서는 국가의 재난 대응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 의식이 쏟아졌다. 경씨는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많은 국민이 돌아가셨지만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다”며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이 정부를 향해서 생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요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대응 과정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라는 소방관들에 대한 상담 시스템이 지닌 문제도 제기됐다. 의무 소방관 출신이라는 오성택(26)씨는 “소방관들을 상담하는 앱을 개발했는데, 지방마다 심각성을 인지하는 차이가 있다”며 “특히 일반 상담사보다 상담 수용성이 좋은 소방관 출신 ‘동료 상담사’ 제도는 일부 시도에서만 시행되고 있는데, 전국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없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 의원은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소방 예산은 시도지사 소관이어서 재정 상황이 안 좋은 곳은 쓰고 싶어도 쓸 예산을 편성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나뉘어져 있는 지휘권과 예산권을 소방청으로 귀속시키는 법안을 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방관, 몸에 새겨진 재난’ 1회가 보도된 한겨레 9월18일치 1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가 ‘소방관, 몸에 새겨진 재난’ 기획 시리즈 보도와 함께 진행한 ‘소방관 사이렌 캠페인’은 특히 청년층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한겨레는 이번 보도와 함께 한겨레 후원회원제인 ‘한겨레 서포터즈 벗’에 동참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캠페인 기간(9월18일~10월3일) 신규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10~30대 비중(27%)이 평소(17%)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보도를 보고 새로 ‘서포터즈 벗’이 된 후원회원들은 “유독 많은 눈물을 쏟으며 (기사를) 읽었다. 앞으로도 일상 속 무뎌져 가는 영웅들에 대해 많이 소개해달라”거나 “다른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제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보도해주셔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후원한다”는 후원 이유를 남겼다.

이날 참석한 청중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10~30대 청년들이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김아림(24)씨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생존은 살아감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이 자리에서 소방관에 대해 몰랐던 직업의식, 사명감, 프라이드까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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