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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공격’ 근조 화환 이어 강남역 현수막…법원 “엄중한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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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판사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재호 기자 대법원과 서초동 일대를 수놓았던 수백개의 근조 화환이 사라졌다. 빼곡하게 놓여 있...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판사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재호 기자

대법원과 서초동 일대를 수놓았던 수백개의 근조 화환이 사라졌다. 빼곡하게 놓여 있었던 화환들에는 지난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에 대해 ‘정치판사 유창훈을 징계하라’, ‘유창훈 사망·사법부 사망’ 등 원색적인 비난 문구가 가득했었다.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지난달부터 집회·시위의 목적으로 놓아둔 화환이었다.

7일 대법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달부터 한달 가까이 대법원 주변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었는데 전날(6일)에야 비로소 철거할 수 있었다”며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집회·시위 참가 시민들이 설치한 화환과 현수막은 철거할 수 없다고 해서 집회·시위 관계자들의 협조를 구해 예정보다 1주일 정도 당겨 철거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9월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보수단체들은 서초동 일대에서 근조화환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영장 기각 판단을 비판하는 시위를 계속했다.

아직 서초동과, 서울지하철2호선 강남역 일대에 설치된 건물 한개 층을 가릴 정도의 대형 현수막은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서초동 일대에 걸린 현수막이야 법원 근처이지만,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에 현수막을 설치한 것에 유 판사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정치인도 아닌 법관에 대해 이렇게까지 얼굴을 노출하고 공격하는 것은 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판사의 심리 내용이나 구속영장 기각 사유, 판결문 내용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인신을 공격할 목적으로 판사의 얼굴을 공개하고 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딸(이재명 대표 적극 지지자)에 굴복한’이라는 허위 사실 표현은 의견으로 보기 어려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판사는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허위 사실을 공표한 명예훼손까지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판사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굉장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공격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위협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판사들이 느낄 부담을 잘 알고 있고,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게시된) 현수막을 내리도록 지속해서 관할 구청과 경찰에 민원을 제기하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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