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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들을 어찌할까요?…‘금성 엄마’의 ‘화성 아들’ 키우기

Summary

클럽아트 코리아 “오늘 학교는 어땠어?” “글쎄.” “시험은 잘 봤어?” “몰라.” “방 청소 좀 해야지?” “아니.” 흔하디 흔한 아들과의 대화다. 아들들은 ‘글쎄’ ‘몰라’ ‘...

클럽아트 코리아

“오늘 학교는 어땠어?”

“글쎄.”

“시험은 잘 봤어?”

“몰라.”

“방 청소 좀 해야지?”

“아니.”

흔하디 흔한 아들과의 대화다. 아들들은 ‘글쎄’ ‘몰라’ ‘아니’ 세마디면 부모와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생활은 흐리멍텅, 성적은 나몰라라, 대화는 묵묵부답이다. 집집마다 ‘아들 키우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고 하소연이다. 이에 대해 화제가 된 도서 ‘아들의 뇌’는 시상하부, 좌뇌, 우뇌, 뇌량 등 뇌의 발달이 아들과 딸이 다르기 때문에 아들이 눈치가 별로 없고, 멀티태스킹이 어렵고, 잔소리의 효과가 없고, 질문에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딸의 뇌’를 가진 엄마는 ‘아들의 뇌’를 가진 아들을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스개로 이런 상황을 ‘화성에서 온 아들, 금성에서 온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4년 전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속 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아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답변한 엄마가 무려 85%를 차지했다. 이 중 83% 이상은 아들을 키우며 우울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어쩌다가 우리집 아들이 자랑스러운 자녀에서 속 터지는 자녀로 변한 것일까? ‘아들 전문가’ 2명에게 아들 대처법을 문의했다. 중학교 국어교사로 33년 재직한 뒤 퇴직한 박형란 작가는 집 밖에서는 사춘기 남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안에서는 아들 형제를 키워낸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가 절대 모르는 아들의 사춘기’를 펴내고 학부모 코칭 강사로 활약 중이다. 21년차 현직 초등 교사인 이진혁 교사는 아들 형제를 키우면서 ‘아들을 잘 키운다는 것’ ‘초등 아들 첫 습관의 힘’ ‘아들의 사춘기가 두려운 엄마들에게’ 등을 펴내며 교사와 학부모들을 상대로 ‘남학생 지도’와 ‘아들 양육’을 활발히 강연하고 있다.

질문법과 지시법, 대화법

아들이 ‘고민 거리’로 부상한 데 대해 박형란 작가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2000년대 초반 즈음부터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들들이 ‘게임의 세계’에 빠지면서 집집마다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고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진혁 교사는 조기교육과 아파트 생활의 대중화를 원인으로 짚었다. 그는 “원래 아들들은 저녁밥을 먹을 때까지 밖에서 뛰어놀았는데, 어려서부터 바깥 활동 대신 공부를 하게 되고 또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집 안에서도 신체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에너지 분출과 발산을 못하게 되는 환경적인 변화가 아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엄마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이다. 질문을 해도 답이 없거나, 대화에 좀처럼 집중하지 않거나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돌아서면 다 까먹는다는 것. 아들을 여럿 키우는 엄마들이 점점 소리를 지르고 목소리가 걸걸해져가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진혁 교사는 “아들에게 질문을 할 때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핀셋으로 콕 집듯이 물어봐야 된다”며 “아들에게 뭉뚱그려 물어보는 것은 짧은 문장 하나 던져주고 커다란 백지를 채워야 하는 대학교 본고사 논술고사와 같다”고 비유했다. 즉 ‘오늘 학교 어땠어?’ ‘오늘 학교에서 뭐했어?’ ‘새 담임 선생님은 어떠셔?’ 같은 질문은 아들의 머리를 하얗게 만들어 백날 물어봐야 ‘글쎄’ ‘잘 모르겠는데’ ‘별것 없다’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다. “오늘 급식 뭐 나왔어?” “오늘 축구시합에서 이겼어?”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들에게 지시를 할 때도 매우 구체적·단계적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들은 실행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서 김치통 좀 꺼내봐”라는 지시는 “냉장고 문을 열고, 위에서 두번째 칸을 보면, 제일 앞에 김치통이 있으니 그걸 꺼내라”라고 바꿔서 말해야 달성률이 높다.

아들과 대화를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은, 부모의 관심사가 아닌 아들의 관심사 또는 아들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박형란 작가는 귀띔했다. 농구, 축구, 게임, 애니메이션 등 아들이 자신 있는 소재를 꺼내면 1시간 이상 ‘폭풍 수다’를 떠는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잔소리와 관련해 박 작가는 “아들은 청각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부모가 100번 말해도 안 듣는 것”이라며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규칙을 화이트보드나 냉장고 문에 붙여놓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저걸 봐라’고 지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들의 뇌’는 청각적인 자극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시각적인 자극에 훨씬 더 집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작가는 “보통 집에서도 엄마가 아들을 키우고, 유치원·초등학교에서도 대개 여자 선생님들이 가르치다 보니, 여성의 하이톤이 아들의 청각에 잘 맞지 않는다”며 “그래서 아들을 많이 키운 엄마들은 아들에겐 낮은 톤으로 굵고 짧게 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길게 말하거나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짧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야 하는 것은 차라리 시각물로 대체하는 게 낫다. 물론 이같은 대화법에 익숙해지려면 부모의 다짐과 훈련이 필요하다.

성적 관리와 사춘기 대처법

그렇다면 뒤처지는 성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사는 “요즘 아들들은 중학교 때는 절대평가를 하다 보니 막연히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다가 고등학교에 가서야 자신의 성적을 보고 ‘멘붕’이 온다”면서 “그 전에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들은 ‘내가 잘한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공부를 하지, ‘나는 못한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포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복습 습관을 통해 수업시간에 무기력하지 않게 도와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 작가는 “아들에게 전 과목을 잘하기를 기대하고 관리하기보다는 한두 과목 정도 주요 과목만 놓치지 않고 꾸준히 따라가도록 신경쓰고 나머지 과목들은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엄마의 과도한 정보력이나 30분∼1시간 단위로 계획표를 세우고 체크하는 관리력은 아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대신 오로지 혼자서 숨통이 트이고 칩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보통 남자들이 ‘자기만의 동굴 시간’을 원하듯 아들에게도 그런 시간과 공간이 필수적이란다.

아들의 사춘기는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

이 교사는 “딸들은 감정선이 복잡하고 예민해지는 반면 겉으로는 사춘기가 보이지 않지만, 아들의 사춘기는 사고를 치고 다니기 때문에 눈에 보이고 부모님들이 더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들은 또래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나는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친구들이 피시방에서 놀고 있거나, 친구들은 밤 12시까지 게임을 하는데, 나는 10시까지만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보통 초등학교 3∼4학년부터 큰 울타리를 쳐놓고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 되는 선을 분명히 만들어서 그 선을 어길 때는 엄격히 대해야 중학교 사춘기 시절에도 큰 사고를 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작가는 “사춘기는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려는 시기이기에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생사나 안전,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면 아들의 허용 범위를 점점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춘기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력과 관리력으로 무장한 부모가 아니라 괜찮은 ‘남자 멘토’라고 전했다. 학교 선배, 운동 코치, 사촌형, 삼촌 등 주변에서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얘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아들은 건강하게 성장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춘기 아들을 둔 부모들에게 ‘기다리는 마음’을 주문했다. “모든 아들이 부모에게 쓸모 있고 멋진 아들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 않은 아들은 없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멋진 아들은 없죠. 그렇게 될 때까지 부모가 기다려줘야 합니다. 물론 아들의 사춘기는 ‘인내심 테스트 기간’이죠. 기다리려면 부모의 마음이 먼저 안정되고 평안해야 합니다. 아들을 간섭하고 통제할수록 사춘기가 점점 더 길어질 뿐입니다.” 김아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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