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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놓친 사람 찾아요”…‘추석 피케팅’에 버스 대절 나선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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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강씨가 서울 한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귀향버스 탑승자 모집 글. 익명커뮤니티 캡쳐 “지난주 케이티엑스(KTX), 에스알티(SRT) 예매까지 모두 놓친 사람입니다. ...

지난 6일 강씨가 서울 한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귀향버스 탑승자 모집 글. 익명커뮤니티 캡쳐

“지난주 케이티엑스(KTX), 에스알티(SRT) 예매까지 모두 놓친 사람입니다.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직접 버스를 대절하려고 합니다.”

지난 6일 서울 한 대학 익명커뮤니티엔 ‘고향 버스’를 같이 탈 사람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엔 “도저히 취소 표도 잡기 어려울 것 같다”며 명절마다 반복되는 귀성·귀경 교통편 예매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에 대한 분노가 담겼다. 최근 명절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는 대학생들이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명절에 학업과 취업 걱정을 잊고 고향에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교통편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코로나 이후 대 학과 총학생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귀향버스’도 운영이 줄어들자 아예 직접 차편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까지 생겼다.

이 글을 올린 강예찬(28·서울대 경영학과 재학)씨는 25일 한겨레에 매년 반복되는 예매 전쟁에 분노했다고 했다. 케이티엑스와 에스알티는 물론 서울대에서 운영하는 ‘귀향 버스’도 지난 11일 예매 시작 1시간 만에 220석이 모두 동나면서 막막해졌다. 강씨는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취소 표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 부모님이 계신 대구까지 내려갈 방법이 막막했다”며 “그러던 중 에스엔에스(SNS)에도 차편을 구하지 못했다고 게시글을 올린 친구들이 수십명이나 돼 차라리 직접 비슷한 처지 사람들을 모아 귀성·귀경 버스를 운영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평소 창업에 관심이 많고, 간단한 웹 개발 실력이 있던 강씨가 ‘귀향 버스’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강씨는 곧장 예매 사이트를 구축하고, 전세버스 업체를 통해 부산행 130만원, 대구·광주행 110만원, 대전행 80만원 정도의 28인 우등 버스 대절 비용이 드는 것을 확인했다. 강씨는 “이를 28명으로 나누면 충분히 싼 가격에 귀향 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사이트를 통해 예매를 받아보니, 주변 친구들과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조사한 수요는 큰 차이가 있었다. 모두 30∼40명이 함께 버스를 타고 싶다고 했지만, 노선별로는 최소 인원인 28명을 넘지 않아 모두 환불을 해야 했다. 강씨는 “서울 소재 대학 익명커뮤니티 10곳에 게시글을 올려 홍보했지만, 귀향 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리기엔 크게 부족했었다”고 했다.

강씨는 홍보가 부족했다고 했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는 대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탓도 있었다. 서울대를 제외하고 세종대와 한양대 등은 올해 귀향 버스를 이용하겠다는 학생이 적어 버스 운영이 중단되거나 노선을 지난해에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이라는 대학원생 이아무개(24)씨는 “공부가 바쁜 탓에 명절이라고 해서 먼 본가까지 내려가기가 부담스럽다. 부모님도 오히려 공부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다고 하신다”며 “명절 음식은 그냥 연중무휴 식당에서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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