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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지키고 기후도 살리는 오래된 지혜…해안숲을 되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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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금일 명사십리 해안선. 녹색연합 견고한 푸른 벽은 아름다웠다. 소나무 숲이 큰 대열을 이루어 바다를 가로막아 섰다. 국내의 해송림 중 가장 잘 자란 숲을 찾았다. 전남 완도군의...

완도금일 명사십리 해안선. 녹색연합

견고한 푸른 벽은 아름다웠다. 소나무 숲이 큰 대열을 이루어 바다를 가로막아 섰다. 국내의 해송림 중 가장 잘 자란 숲을 찾았다. 전남 완도군의 월송리 해송림이다. 이 숲은 선조들이 재해·재난에 대한 경험과 지혜를 응축하여 키워낸 숲이다. 해안을 따라서 아름드리 해송림이 생태축처럼 연결되어 있다.

월송리 해송림은 약 300년 전 마을 주민들이 태풍, 해일, 풍랑 등 바다로부터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하였다. 100~200년 내외의 우람한 곰솔(해송)은 약 1km 가량 해안을 따라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하듯 버티고 서 있다. 월송리 해송림은 국내의 해송림 중 수목의 나이가 가장 오래된 숲이다. 남해안을 비롯하여 동해안과 서해안의 해송림 중 면적이 더 넓은 곳은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해안 숲의 경관을 유지한 해송림 중에는 월송리 해송림이 가장 오래된 곳이다.

■ 영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 유튜브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q5l310QkpoY

1980년대 후반 즈음엔 관광객의 증가로 일부 훼손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해안림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면서 완도군과 지역주민들이 보전에 나섰다. 마을청년회를 중심으로 여름철 방문객이 많을 때는 적절한 관리를 하면서 보호하고 있다.

방재를 위해 숲을 가꾸는 것은 도서 연안을 터전으로 삼은 조상들의 생존전략이자 지혜였다. 2000년 이후 태풍을 비롯하여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등 국내외 해안 지역의 재해 피해가 늘어나면서 도서 연안 해안숲의 가치와 기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완도의 월송리 해송림과 약 700~2000m 가량 떨어진 인근에 금일 ‘명사십리 해변’이 있다. 이 곳은 해안사구가 크고 넓게 발달한 해변이다. 이곳은 2010년 전후엔 이름난 해수욕장으로도 각광받았다. 이 곳에서도 기존 해안림의 훼손된 곳을 중심으로 도서 연안 산림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작년인 2022년까지 15년 동안 도서 연안 산림복원 사업이 이뤄졌다.

완도금일 명사십리 해안선. 녹색연합

금일 명사십리 해안의 길이는 약 2km이며, 폭이 넓은 곳은 250m 가량 되는 곳도 있다. 파도가 이어지는 바닷부터 사빈, 사구, 해안림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서남해안의 해안의 전형적인 생태적·지형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70~1990년대까지 무분별한 이용과 개발 등으로 인해, 기존 해안림 중간중간 훼손되어 방치된 곳들이 눈에 띈다. 2008년부터 3년간 해안 숲 복원 사업이 진행됐다. 과거 1960~70년대 해안방재림 개념으로 소나무를 심었던 현장을 중심으로, 바닷가쪽 사구 일대에 다시 해안림을 복원한 것이다. 모래 침식과 유실로 사라져가는 해안에 난대림의 대표적 자생수종인 해송, 해당화, 동백 등 8종을 심었다. 전체 심은 나무는 약 11천여그루 가량이었다.

이후 관리를 하면서 2022년에도 연안 산림복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동백나무, 가시나무, 완도호랑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난대수종을 식재했다. 기존 해송림에서 난대림으로 복원의 방향을 개선하는 접근이었다. 해안숲을 곰솔(해송) 즉 소나무과의 수종으로 조성할 경우 기후변화에 따른 병해충 피해에 취약하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취약하다. 그래서 주변의 자생수종인 난대수종을 중심으로 해안 숲의 복원을 새롭게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남해 물건리 어부림. 녹색연합

도서 연안의 산림생태복원은 오랜 시간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태풍의 최일선 남해안에는 과거부터 해안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노력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남해 물건리 어부림이다. 한국의 대표적 해안림으로 1959년에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었다. 조상의 지혜로 바다의 노여움을 지켜낸 대표적 현장이다. 물건리는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자 쉼터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다. 기후위기 기록단이 영상을 찍기 위해 찾아갔던 지난 늦여름, 오후 2~3시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릴때면 60~70대 주민들이 한 두분씩 물건리 해안림 안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건 어부림은 길이 750m이며 너비는 40m 내외로 키큰 나무, 즉 교목의 높이는 15m내외다. 낙엽 활엽수인 팽나무, 푸조나무, 참느릅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무환자나무 등과 상록수인 후박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 바다를 보면서 난대수종과 활엽수종이 어우러진 숲터널을 거닐 수 있는 곳은 물건리가 거의 유일하다.

1933년 큰 폭풍이 닥쳤을 때, 이곳의 피해는 이웃 마을에 비해 아주 적었다. 그 이후 물건리 주민들은 열과 성을 다해 어부림을 지키고 있다. 물건리 어부림은 300년 된 숲으로 도서 연안 산림의 보호와 복원에서 현장의 교과서이자 지침서가 되는 곳이다.

해안에 숲을 잘 조성하면 재해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런 재해 방지의 기능은 숲의 높이와 길이에 따라 10배에서 25배까지 나타나는 것을 알려진다. 해안숲 배후의 보호되고 있는 농경지의 수확량도 20%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로부터 날아오는 염기와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부산 녹산산단 앞 전경. 녹색연합

대도시에서도 도서 연안 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오션시티다. 이 곳은 부산 강서구의 해안지역으로 재해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2010년 전후부터 해안 숲 복원이 진행되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극심한 피해를 입어 부산시와 지역주민들과 협력하여 해안 숲을 조성했다. 재해 방지와 함께 도시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은 태풍 해일, 풍랑, 염해 등으로부터 생활공간을 지키기 위한 숲으로 조성됐다. 10.3ha 규모로 길이 2.3㎞에 폭 50m 규모. 해안 매립지역 내부의 택지를 바다에서 감싸는 형태로 숲을 일구었다. 해안을 따라서 생태축처럼 해안림을 복원한 것이다. 2012년 태풍 덴버로 강서구 해안가인 명지오션시티와 신호단지 등지에서 많은 나무가 쓰러졌다. 하지만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 복원 지역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부산 강서구의 명지오션시티 해안림. 녹색연합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은 생태공원과 근린공원 기능을 동시에 구현 하고 있다. 숲속과 숲 둘레를 따라서 해안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주민들이 걷고 뛰면서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있다. 국내 주요 대도시에서 평지 숲속을 2㎞이상 거닐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도서 연안의 숲은 해양생태계와 산림생태계가 만나서 양쪽 생태계를 연결하는 생물다양성의 거점이다. 독특하고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가 된다. 그간 각종 개발로 도서 연안의 해안 숲이 많이 훼손되었다. 이제라도 재해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생활공간을 지키는 해안숲의 보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부산 강서구의 명지오션시티 해안림. 녹색연합

서재철 기후위기영상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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