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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울 사립대생, 입학부터 졸업까지 9740만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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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기준 서울 4년제 사립대에 다니는 대학생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부담해야 할 등록...

지난 3월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기준 서울 4년제 사립대에 다니는 대학생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부담해야 할 등록금과 생활비, 주거비 등 ‘대학교육비’가 974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가구소득을 1년8개월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대학생 한명이 교육을 마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등록금 인상 조짐을 고려할 때 대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대학교육연구소와 공동으로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 II’를 발간했다. 입학전형료,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 취업준비 비용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에 다니는 자취생을 기준으로 학업과 생활에 드는 비용을 추산한 것이다. 휴학 혹은 졸업유예 기간 1년을 포함해 5년 동안 대학에 다닌다는 전제로 비용을 계산했다.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 서울연구원의 ‘2021 서울청년패널조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했다. 한겨레는 이런 조건의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보고서 내용을 재구성했다.

자취하며 ‘인서울 대졸자’ 되려면 9740만원 필요

나상경(19)씨는 올해 서울 4년제 사립대의 인문계열 학과에 입학했다.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해방된 기쁨도 잠시, 학비와 생활비 걱정에 어깨가 무겁다. 그가 대학 진학을 위해 처음 치른 비용은 ‘입학준비금’이다. 수험생들은 수시 6번, 정시 3번 지원서를 넣을 수 있는데, 나씨는 9번의 기회를 모두 썼다. 원서를 넣기 위해 쓴 비용만 48만원(2023학년도 사립 일반·교육·산업대 평균 수시 전형료 5만4천원, 정시 전형료는 3만6천원, 수능 응시 수수료 4만7천원)이다.

본격적으로 돈 나갈 일은 이제 시작이다. 나씨는 올해 1·2학기 770만원(2023년 사립대 1학년 평균 연간 등록금)의 등록금을 냈다. 등록금이 졸업 때까지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나씨는 4학년 때까지 모두 3080만원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한다.

지방에서 상경한 나씨에겐 주거비 부담도 만만찮다. 운 좋게 기숙사 방을 얻어 한 달에 23만6000원(2022년 사립 일반·산업대 기준 1인당 월평균 기숙사비)만 내고 있는데, 이 생활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기숙사 자리가 충분치 않아 3학년 때부터 나가서 사는 이들이 많다. 나씨도 3학년이 되면 월세 50만 원짜리 자취방(2021년 서울 지역 대학생 평균 임대료 49만원)을 구할 생각이다. 나씨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 써야 하는 주거비는 보증금을 빼도 모두 2178만원에 달한다.

하루 두세끼를 해결하고 학교를 오가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 한 달을 난다면 68만원의 생활비(2021년 기준 서울 지역 대학생의 월 생활비)가 필요하고, 대학에 다니는 내내 이렇게 산다면 모두 4200만원의 생활비가 든다. 정해진 학기를 마치고 1년간 취업을 준비할 경우 240만원(‘진학사 캐치’의 취업준비 비용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수가 가장 많았던 ‘10만원 이상∼30만원 미만 구간’의 중간값)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런 비용을 모두 합쳐보니 나씨의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나가는 비용은 9740만원에 달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4분기 월 가구소득은 479만원이다. 1년8개월간 가구 소득을 모두 쏟아부어야 대학생 1명이 교육을 마칠 수 있다. 형제자매가 1명 이상이거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거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라도 하면 ‘인서울 대졸자’가 되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다.

등록금 인상 조짐에 늘어나는 교육비 부담

유기홍 의원과 대학교육연구소가 2015년 발간한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를 보면, 대학생 한명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부담해야 하는 대학교육비(입학준비금,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 취업준비 비용 등)는 8510만원이었다. 8년 전보다 대학생의 교육비 부담은 12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더욱이 이는 등록금이 동결된다는 조건에서 계산한 것이다.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8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41.7%가 ‘2024학년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만큼, 향후 등록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서 최근 5년 평균 물가상승률(2.4%)을 적용한 등록금 인상액을 계산해보니 등록금은 추가로 258만원이 들어 총 3338만원으로 뛰었다. 이처럼 등록금이 뛸 경우, 주거비나 생활비 등 다른 비용이 모두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해도 대학생 1명이 대학에 다니는 5년간 치러야 할 교육비는 1억 원대로 올라간다.

유기홍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대학교육비가 상당해,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 없다”며 “최근 임대료와 물가 상승으로 주거비와 생활비가 치솟는 가운데 연일 등록금 인상이 거론되고 있어 대학교육비 부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학교육비가 가계에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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