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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수사에 배임수재 끼워넣기…검찰, 꼼수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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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가 불가능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별개의 사건을 끼워 넣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가 불가능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별개의 사건을 끼워 넣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등 꼼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압수한 증거물의 경우 법원이 추후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독립 언론매체 ‘리포액트’ 사무실과 허재현 기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허 기자의 영장 표지에 적힌 죄목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아닌 ‘배임수재 등’ 이었다. 검찰은 허 기자를 압수수색하며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배임수·증재 등 범죄 혐의 사실을 영장에 함께 기재하고 신 전 위원 등의 죄명을 영장 앞표지에 적은 것인데, 허 기자와 신 전 전문위원 등 두 범죄 사실에 대한 연관성 설명은 영장에 기재돼있지 않았다. 반면 정작 그날 압수수색을 당한 허 기자의 범죄사실은 가장 마지막에 따로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관계자 역시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영장에 기재된 배임수재는 ‘신학림과 김만배의 범죄사실이며 허 기자의 죄명은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는 명예훼손은 배임수재와 달리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범죄라는 사실이다. 검찰청법 등 관련 규정을 보면, 검찰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및 경찰 공무원 등이 행한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밖의 사건의 수사를 개시하려면 검찰이 수사 중인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과거 시행령은 ‘직접 관련성’을 제한하는 조항을 뒀으나, 지난해 8월 ‘한동훈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을 거치며 해당 조항이 아예 삭제됐다.

이후 검찰은 ‘직접 관련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검찰은 제이티비씨의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피의자와 증거가 공통되면 관련 범죄로 간주해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로 직접 관련성을 주장한 바 있다. 때문에 허 기자의 영장에 신학림 전 위원의 혐의사실을 넣은 것 역시 향후 재판 과정에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직접 관련성’에 관한 명확한 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은 틈을 타 검찰이 수사개시 범위를 포괄적·자의적·임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이런 논리라면 사실상 무한대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으로 확보한 증거라도 재판 과정에서 절차 등 문제로 위법 수집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법원이 ‘직접 수사 개시 범위’로 문제 삼을 수 있으니 (직접 수사 가능한) 배임수재 혐의를 끼워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에서 이같은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존에 수사가 진행되던 ‘김만배-신학림’ 등 사건과 계속해 범죄사실을 연결해 구성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배임수재 범행이 기재됐다”며 “(두 사건의) 관련성을 소명해 법원에서 적법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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