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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못 쉬는 프리랜서들, 일반인보다 3.3배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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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프리랜서 3년차 이혜민(32)씨는 요즘 ‘투잡’을 뛴다. 이씨의 주업은 여러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에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찾아 가공해 공급하는 ‘데이터라벨...

게티이미지뱅크

프리랜서 3년차 이혜민(32)씨는 요즘 ‘투잡’을 뛴다. 이씨의 주업은 여러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에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찾아 가공해 공급하는 ‘데이터라벨러’다.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가 주로 하반기에 몰리다 보니, 수입이 없는 상반기를 대비해 평일 낮에는 판매직 아르바이트를 한다. 데이터라벨러 일은 처리량만큼 수익이 보장되는데, 높은 단가의 건수가 몰릴 때는 하루 2∼3시간만 자며 일한다.

프리랜서 일을 시작한 뒤 이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고독감이다. 수도권에 살다 주머니 사정과 건강 문제 때문에 전남 중소도시로 이사한 뒤 업무와 관련한 소통 없이 혼자 일하다 보니 일반 직장을 다니던 전과 다르게 성취감 대신 고독감이 몰려왔다. 같은 직종 프리랜서들이 모인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라도 활발하게 교류하려는 이유다.

유니온센터·일하는시민연구소가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 512명을 대상으로 건강 문제를 포함한 노동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일반 국민에 견줘 우울 지수가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한국복지패널 조사 등에서 사용하는 11문항을 이용해 벌인 우울 증상 척도(CES-D)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직종의 우울 지수는 18.54점이다. 이는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 평균값인 5.53의 3.3배에 이른다.

분석 결과, 프리랜서 직군의 37.7%는 우울증으로, 병원에 찾아갈 것으로 권유되는 위험군이 30.7%에 이르렀다. 12.9%는 스트레스 관리 필요 군으로 분류됐다. 가장 심한 직군은 디자인·웹 개발 직종과 음식 배달·심부름, 배송·퀵·대리기사 직군이었다. 8년차 웹 디자이너 공아무개(34)씨는 “워라밸의 기준이 없고, 수익에 대한 불안도가 높다 보니 초기 적응할 때 우울감이 높게 나타났던 것 같다”며 “특히 작업이 끝난 뒤 (업체의) 수정 요구사항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높게 느끼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우울증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주로 업무 자율성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우울증 비율 51.1%), 수입이 3개월 이상 끊긴 경험이 있는 경우(48.3%) 등이었다. 주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할수록, 업무 관련한 고충을 나눌 사람이 없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9%)이 지난 1년간 몸이 아파도 참고 일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치료를 위해 일을 쉰 기간은 평균 5.6일로, 절반 이상(54.1%)은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답했다. 쉬지 못한 이유로는 소득 단절 등 경제적 문제(43.4%), 나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서(24.6%) 등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씨는 “몸이 아프거나 쉬고 싶다고 했을 때는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일자리를 놓치게 된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일주일 정도 쉬었다가 일을 할 수 있는 휴식, 휴직의 개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를 담당한 윤자호 유니온센터 연구위원은 "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제도 밖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는 부각이 덜 된 측면이 있다"며 "우울은 개인의 증상이지만 원인은 노동시장이란 사회구조에 있다. 아파도 쉴 수 있는 상병수당 확대 등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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