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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증거로 제출된 ‘나체 사진’…법원 “위법한 채증, 인격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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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성매매 단속을 하면서 찍은 성매매 여성의 알몸 사진에 대해 법원이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적법절차 위반이 아니다”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이 성매매 단속을 하면서 찍은 성매매 여성의 알몸 사진에 대해 법원이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적법절차 위반이 아니다”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보다 인격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지난 21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매매 종사자 ㄱ씨 등의 사건을 선고하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일부 단속 사진을 “ㄱ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촬영은 강제수사에 해당하는 데다 경찰이 사전·사후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아 위법한 증거수집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하 판사는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ㄱ씨의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022년 3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성매매 단속을 나간 경찰 성매매 합동단속팀은 알몸 상태인 ㄱ씨의 사진을 찍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이 촬영한 ㄱ씨 알몸 사진과 진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ㄱ씨의 변호인은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게 수집돼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 판사는 ㄱ씨 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사진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는 판결문에서 “경찰관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동의를 구했거나, 피고인이 이를 승낙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에 대한 인격권의 침해가 상당한 바, 이 사건 각 사진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해 촬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촬영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진촬영은 강제수사에 해당하므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고 하 판사는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이 사진 촬영에 관해 법원으로부터 사전영장 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거로 보인다”면서 증거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ㄱ씨 쪽은 단속 당시 경찰관이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고 ㄱ씨 등에게 진술서를 쓰게 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또한 하 판사는 위법한 증거수집 절차로 보고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ㄱ씨 등의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진정을 제기하자 인권위는 ‘영상 촬영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성매매 현장의 모습을 촬영하지 않으면 이후 수사를 진행하기 위한 증거 수집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이) 업무용 휴대전화로 단속현장 영상을 촬영하고 모자이크 등 처리 없이 영상을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제공한 행위는 헌법 제12조에 규정하는 적법 절차의 원칙을 위반해 피해자의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도 경찰이 영장 없이 범죄 현장을 촬영한 사진 등을 증거로 채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성행위를 묘사하는 공연을 한 나이트클럽 관계자들의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촬영으로 인해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주거의 자유 등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으로 촬영했는지는 수사기관이 촬영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는지, 또 촬영장소와 대상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대한 보호가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영역에 속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ㄱ씨 등은 당시 단속 경찰관들에 대해 국가배상소송도 제기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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