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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없는 대법원의 고심…‘권한대행이 어디까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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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가 현실화하자 대법원은 권한대행 체제를 본격 준비 중이다. 대법원...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가 현실화하자 대법원은 권한대행 체제를 본격 준비 중이다. 대법원장 공석을 최장 1~2개월 정도로 보고 그 기간 동안 대법원장이 해야 할 필수 업무 중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법관들은 이르면 11일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권한대행의 역할과 권한을 최종 정리할 방침이다.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 전에는 새 대법원장이 취임한다고 가정하면, 그전까지 대법원장의 필수 업무는 ‘전원합의체 주재’, ‘새 대법관 후보 물색 및 제청’, ‘법관 재임용 심사’ 등으로 좁혀진다.

가장 주요한 업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재다. 판례 변경 등 중요사안을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은 ‘대법원장’인데, 권한대행이 재판장 역할을 대신 맡을 수 있는지가 논쟁 지점이다. 대법관들의 의견은 현재 반반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맡지 못한다’로 결론나면 새 대법원장이 올 때까지 주요 사건 심리는 중단을 피할 수 없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3분의 2 이상만 있으면 전원합의체가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 헌법재판관 3인 지명권도 갖는다. 당장 급한 건 내년 1월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대법관 제청 작업이다. 통상 대법원장은 제청할 후보군을 추리기 위해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의 위원으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린다.

퇴임 2~3개월 전부터 후보 추천 작업을 시작해야 하지만 현재 이 작업은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안 권한대행이 이 권한을 행사한다면 본인의 후임을 추천할 위원회를 본인이 꾸리는 모양새가 된다는 부담도 있다. 대법원장이 새 헌법재판관을 지명해야 하는 건 내년 9월이라 여유가 있다. 기존 법관들의 재임용 심사는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상 권한대행이 일반적인 대법관처럼 재판 업무를 맡아야 하는지도 정리가 필요하다. 행정 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권한대행에게 사건 배당을 중지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는 대법관에게 준하는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과거에도 대법원장 공석 기간이 있었지만 길지는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당시에는 부결 후 16일 만에 새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대법원장 공석 기간은 총 31일이었다. 1993년에도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사퇴한 이후 14일의 공백기가 있었다.

판사들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한 고법 판사는 “이 후보자가 오랫동안 대법원장 후보로 언급된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판사들의 동요는 크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재산을 신고하지 않고, 남에게만 엄했던 점 등이 드러나 부결된 것에 대해 국민 보기에 부끄럽다”(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법부 수장의 임명 여부가 정치권 정쟁의 대상이 된 듯해 유감스럽다”(또 다른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의 반응도 있었다.

또 다른 한 고법 판사는 “이참에 대법원장도 대법관처럼 추천위의 추천을 거치도록 해야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부결의 명분이 적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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