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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신고만 세번…쓰러진 아내 두고 나간 남편 유기 혐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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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최아무개(57)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된 지난 5월9일 현장 사진. 자녀 한아무개(36)씨 제공 쓰러진 아내를 두고 테니스를 치러 간 남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

아내 최아무개(57)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된 지난 5월9일 현장 사진. 자녀 한아무개(36)씨 제공

쓰러진 아내를 두고 테니스를 치러 간 남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다음주중 남편에 유기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끝내 뇌사 상태에 빠진 아내는 가정폭력 신고만 세 차례했지만, 남편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 기각되는 등 폭행 입증을 충분히 하지 못한 탓이다. 자녀들은 “경찰의 초기 수사가 미흡해 사건의 실체가 덮였다”며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6일 인천 강화경찰서는 지난달 25일 남편 ㄱ(62)씨의 유기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최근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에도 유기치상 혐의로 신병 확보를 시도했지만 검찰이 반려한 바 있다. 이에 오는 10일께 ㄱ씨를 유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ㄱ씨는 지난 5월9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아내 최아무개(57)씨를 두고 떠나 사망에 이르게 한 유기치상 등 혐의로 5개월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자녀들은 새아빠인 ㄱ씨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최씨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결국 뇌사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최씨는 2016년과 2019년, 올해 4월까지 총 3번의 심각한 가정폭력을 신고했고 자녀의 집에 피신을 가기도 했다. 신고 접수도 전에 ‘혼자 넘어져 다친 건데 거짓말한다’며 ㄱ씨가 여러 차례 사건을 무마시킨 정황도 발견됐다.

하지만 사건 초기 경찰이 ‘폭행의 정황이 없다’는 잠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현장 증거 상당 부분이 인멸됐다고 자녀들은 주장한다. 딸 한아무개(36)씨는 한겨레에 “경찰이 좀 어수선한 것 말곤 (폭행당한 흔적은) 없었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 현장에 가보니 집안 곳곳에 피가 튀어있고 상다리도 부러져 있어 (ㄱ씨의 폭행을 의심하고)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ㄱ씨는 그 사이에 현장을 치우거나 사건 당일 입던 옷을 없애버렸다”며 ‘늦장 대응’에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들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ㄱ씨가 쓰러진 최씨를 즉시 신고를 하는 등 조처를 하지 않고 “건들면 가정폭력으로 오해를 살까 봐” 현장을 떠난 점도 수상하다고 봤다. 사고가 나기 전날 최씨는 딸 한씨에게 “새아빠와 싸웠다”고도 전화로 얘기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씨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교수는 ‘후두부와 콧등에 열상, 후두부 좌상이 확인되고 여러 곳에 타박상이 확인된다’는 등의 소견을 밝혔다.

아내 최씨가 쓰러진 자택 현장 곳곳에서 발견된 핏자국. 자녀 한씨 제공

이에 딸 한씨는 ㄱ씨를 살인미수 또는 중상해 혐의로 고소하며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한씨의 법률대리인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초동 수사 실패로 증거가 인멸되는 등 실체적 진실이 상당히 묻혀 있는 사건”이라며 “이제라도 수사가 제대로 진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건 초반에 자녀들도 ㄱ씨의 폭행을 의심하는 것에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새아빠인 ㄱ씨와의 관계 등 때문에 (한씨 등) 자녀들도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요청이 들어온 직후엔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 증거수집을 진행했고 ㄱ씨의 증거인멸 정황 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찰은 최씨의 뇌출혈이 폭행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해 의료계의 추가 소견을 받았지만, 뚜렷한 인과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단계에서 유기치상 혐의는 더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내 최씨가 쓰러졌던 당일 자녀들이 대화를 나눈 모습. 자녀 한씨 제공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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