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ories:
사회

이념 논쟁에 밀려난 민생…‘안전핀’ 뽑힌 남북 관계

Summary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올해를 달군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은 이념을 앞세운 윤석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올해를 달군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은 이념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가 일으킨 ‘평지풍파’였다. 그대로 두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을 일부러 일을 꾸며 소란을 피운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홍 장군 흉상 철거를 처음 주장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문제가 갑자기 지난 8월 이후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처럼 됐다. 윤 대통령은 8월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느닷없이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열흘 뒤인 8월25일 육사는 교내에 설치된 독립 전쟁 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을 철거해 외부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2018년 3월1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제막한 독립 전쟁 영웅 5인의 흉상 표지석.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 제공

홍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가열되던 8월28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찾아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이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역사전쟁과 이념정치를 선언하자, 국방부는 “소련 공산당원이던 홍 장군 흉상을 북한 공산주의에 맞서는 장교를 육성하는 육사에 둘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광복회 등과 야당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는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국군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처사”라며 반발했지만, 국방부는 귀를 닫았다. 육사 흉상 논란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함명 변경, 국방부 앞 홍 장군 흉상 철거, 육사 명예졸업장 문제로 커졌다.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진 뒤 윤 대통령이 민생을 강조하면서, 국방부의 움직임도 주춤해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홍 장군 흉상 이전이) 연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국가보훈부에서 준비할 사항도 있다”고 말했다. 홍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윤석열 정부의 이념 편향 상징처럼 국민들 뇌리에 깊이 새겨진 뒤에 나온 얘기다.

권혁철 기자

지옥이 된 학교, 죽음으로 호소한 교사들

7월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부모 갑질이 죽음의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지난 7월22일부터 서울 광화문, 국회 앞에서 열린 토요 집회에 매번 수만명의 교사들이 모였다. 교사들은 고인의 49재 날인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단체 연가·병가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교사들의 요구로 교사의 정당한 생활 지도를 보호하고 학교장의 책무 등을 명시한 ‘교권 보호 4법’이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했다. 한편 교권 추락의 배경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되면서 각 지방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박고은 기자

8월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더위에 지친 스카우트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에 망신…준비부족 잼버리

8월1일 전북 부안 새만금 간척지에서 개막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행사 첫날부터 파행을 빚더니, 태풍 ‘카눈’의 접근으로 개막 1주일 만인 8일 사실상 조기 폐막했다. 150여개국, 4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한 대규모 국제행사였으나, 준비 상태는 말 그대로 ‘부실 덩어리’였다. 폭우로 캠핑장이 침수되고 벌레물림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그늘 한점 없는 간척지 야영장에선 온열환자가 속출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등의 열악한 위생상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전세계로 전파됐다. 준비 부실을 질타하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여성가족부 등 중앙정부와 관할 자치단체인 전라북도 사이에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행사가 진행된 새만금 간척지의 에스오시(SOC) 사업비가 대폭 삭감됐다.

박임근 기자

12월14일 한 시민이 김밥 가격이 표시된 서울 중구의 한 김밥전문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에 허리 휜 서민들

올 한해 서민들은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전년 대비)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들어 조금씩 떨어졌으나 여전히 3%대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말 또는 2025년 상반기가 되어야 물가 상승률이 2.0%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고물가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각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연 7%를 돌파했으며, 신용대출 금리 상단도 6%대 후반까지 뛰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각 가구가 지급한 대출 이자 비용은 평균 247만원이다. 올해 연간 이자 비용은 이보다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전슬기 기자

12월18일 북한이 쏘아올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남북 긴장고조…‘안전핀’ 뽑힌 한반도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맺어져 군사적 충돌을 막는 ‘평화 안전판’ 구실을 해온 9·19 남북군사합의가 전면 무효화됐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화성-15형(2월18일), 화성-17형(3월16일), 화성-18형(4월13일, 7월12일, 12월18일) 등 5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특히 북한은 세 차례 화성-18형을 발사하면서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실상 전력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은 11월21일에는 첫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렸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군사분계선 일대에 전투기·정찰기 등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했고, 북한은 즉시 이 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 이전의 긴장 관계로 되돌아갔다.

신형철 기자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배우자 박은지씨와 함께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국민의힘은 지난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차로 참패한 뒤 격랑에 휩싸였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당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의 내년 4월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했으나, 당사자들은 즉답하지 않았다. 혁신위가 ‘빈손’ 해산한 직후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국면이 급변했다. 용퇴론을 거부해온 김기현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출마 요구마저 거부한 채 대표직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로 하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전격 투입했다. 이준석 전 대표 사퇴, 김기현 대표 당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구원 등판 모두 ‘윤심’대로 착착 진행됐다.

손현수 기자

9월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집어삼킨 ‘이재명 사법리스크’

2023년 한해를 관통한 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열쇳말은 ‘이재명’이었다. 지난 1월10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관련 소환조사→2월27일 1차 체포동의안 부결→9월21일 2차 체포동의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는 민주당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다시피 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고 한 24일간의 단식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9월27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10월11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쇄신과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새해 신당 창당을 시사하며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당내 비주류 일부와 이 전 총리는 이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엄지원 기자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본격화

올 한해 언론계는 언론 탄압 논란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검찰 기소를 구실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한 데 이어 8월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해촉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방통위의 인적 구성을 바꾼 정부는 이를 발판으로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와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 이사진 및 경영진 교체, 와이티엔(YTN) 민영화 등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들을 밀어붙였다. 방심위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빌미로 정권에 불리한 보도들에 ‘가짜뉴스’ 낙인을 찍어 ‘정치심의’ 논란을 자초했다. 문화방송·경향신문 등 언론사와 소속 기자들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도 문제가 됐다. 야당과 언론단체는 이에 맞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방송3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관철시켰으나, 이마저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 수순을 밟았다.

최성진 기자

끊임없는 여성 대상 범죄

지난 5월, 서울 시흥동에서 30대 남성이 옛 연인을 살해했다. 이별 통보를 받고 폭력을 휘둘렀다가 경찰에 신고당하자 ‘보복 살해’한 것이다. 경찰은 여성의 신고에도 보호조처를 하지 않았다. 두달 뒤, 인천 논현동에서 30대 남성이 옛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했다. 법원이 내린 접근금지 명령은 무력했다. 8월, 서울 신림동에선 출근하던 여성이 성폭행 뒤 살해당했다. 생면부지의 범인 최윤종(신상공개)은 그저 “강간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11월엔 경남 진주의 편의점 여성 직원이 20대 남성으로부터 마구잡이로 폭행당했다. ‘짧은 머리=페미니스트’이고, “페미니까 맞아도 된다”고 했다. 올 한해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법의 사각지대 속, 여성들은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오세진 기자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