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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언론 장악’ 쟁점 충실히 보도…역사·제도적 맥락도 짚어주길

Summary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내세워 비판 언론에 심...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내세워 비판 언론에 심의의 칼날을 들이댄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압수수색도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겨레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1기 열린편집위원회 여덟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미디어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방준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창식 <한겨레:온> 편집위원, 이예진 경상국립대 학생(전 경대신문 편집장), 이준형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참석했다. 김우경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피아르(PR) 담당 부사장은 다른 일정이 있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전정윤 인사교육부국장, 이정국 문화부 문화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최근 미디어 이슈가 많았다. 한겨레의 보도 어떻게 보셨나.

이예진 주변 친구 10여명에게 평가를 부탁했다. 언론 장악 이슈 페이지나 기사 본문 내 관련기사 링크 등이 있어서 사안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 언론 장악 관련 인물들을 다룰 때 단지 보수 인사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 부족과 과거의 비민주적 행태 등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요소를 보여줘서 설득력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사안의 경과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이 부족하고, 방송 시청자의 생각을 기사에서 볼 수 없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제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한겨레가 언론 탄압 관련 쟁점을 타사에 비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주장과 반박, 재반박으로 기사를 구성한다면 좀 더 풍부한 기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시의 티비에스(TBS) 출연금 미편성 문제에 대해선 충분히 다루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언론 탄압 이슈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좀 넓은 범주에서 의제 설정을 주도해 줬으면 한다.

제정임 티비에스 출연금 문제도 지방정부가 바뀌면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언론 탄압 이슈로 볼 수 있는데 소홀하게 다뤘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심창식 윤석열 정부가 언론 장악을 넘어 가차없는 언론 탄압의 길로 치닫고 있다. 비판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가짜뉴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같은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전두환 독재시대로 퇴행하는 거다. 한겨레가 그런 부분을 잘 짚고 독자들에게 많은 경각심을 줬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한겨레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홍원식 교수가 오피니언면 기고(언론장악 논란 속 저물어가는 방송의 ‘대항해 시대’)에서 잘 지적했듯이, 현 정부의 언론 탄압 정책이 상상력을 질식시켜 결국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산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겨레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다뤄줬으면 좋겠다.

이준형 한겨레가 언론 장악 이슈와 관련해선 충실하게 보도를 잘 해주고 있다고 본다. 다만, 정부의 행태와 그에 대한 언론단체의 대응 위주로 보도가 되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역사적, 제도적 맥락 속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는 기사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와 ‘서울의 소리’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보도와 관련해서는 저널리즘 윤리 차원의 문제를 좀 더 엄중하게 짚는 것이 신뢰와 윤리를 강조하는 언론으로서 책임감 있는 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설에서 취재윤리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식으로 눙치고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가 보여서 아쉬웠다.

방준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임명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는데, 그렇게 무조건 잘못된 인사라고만 하지 말고 인사시스템이 뭐가 문제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인사에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도 얘기해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언론 장악과 관련해서도 어떤 부분이 장악이고, 왜 그렇게 됐는지를 설명해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야 제대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우경 방통위원장 교체, 방송3법, 와이티엔(YTN) 지분 매각 등 미디어 이슈에 대해 한겨레가 대다수 언론과 차별화된 시각을 견지하며 지속적으로 보도를 해왔다. 그런 보도들을 통해 시민들이 이 사안을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겨레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방통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왜 중요한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좀 더 쉽게 설명해 주고, 1면에 여러 차례 이 문제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제정임 언론 장악 이슈에 대해선 한겨레가 다른 언론사에 비해 양과 질 두 측면에서 굉장히 충실하게 보도를 했다고 평가한다. ‘아젠다 키핑’(지속적인 보도) 역할을 잘 해줬다. 그러나 좀 더 많은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설득력 있는 보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우선, 취재원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치인 만큼, 이념적 지향과 상관없이 많은 독자들이 ‘이 얘기는 정말 근거가 탄탄한 얘기구나’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누가 봐도 한겨레 성향인 전문가를 반복적으로 등장시키기보다는 중도 성향의 전문가들을 찾아서 그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 들어봤으면 한다. 또 젊은 연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똑같은 비판을 하더라도 그 이유가 좀 다를 수가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취재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사회적인 토론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미디어 관련 보도에는 시청자 등 언론 수용자, 그러니까 일반 시민의 관점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언론 장악 이슈에 대해 아젠다 키핑을 해주시되,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기사 안에 담는 등 좀 더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았으면 좋겠다.

이정국 위원님들이 말씀해 주신 내용들이 저희가 갖고 있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인포그래픽 활용이나 취재원 다양화, 이런 부분은 저희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인데 늘 마감에 쫓기다 보니 간과된 측면이 있었다. 지적하신 부분 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진영과 상관없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작가가 됐든, 교수가 됐든 시대 흐름에 맞는 흥미로운 글을 쓸 필진들을 열심히 찾았으면 한다. 뉴스룸국의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심창식 위원)

▪ “한겨레가 최근 두번째 신뢰보고서를 펴냈다. 스스로 성찰하고 좀 더 나아지려는 노력과 고민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특히 법조 취재보도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칭찬해주고 싶다.”(이준형 위원)

▪ “얼마 전에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중학생 사연이 보도됐는데, 많은 언론이 ‘전교 1등을 하던’ ‘대학 교수를 꿈꿨던’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좀 불필요하고 식상한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겨레는 ‘별 보는 걸 좋아한’이라고 제목을 뽑았더라. 그 점이 돋보였다. 그리고 요즘 대학생들은 앱보다는 뉴스레터를 많이 구독한다. 뉴스레터를 신청할 때 관심사를 적을 수 있는 칸이 있으면 콘텐츠 발굴이나 독자층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이예진 위원)

▪ “과거에는 사람들이 어떤 정보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신문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정보가 내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래는 어떻게 될지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 착안해, 어떤 상황을 전제로 미래를 예측해보는 콘텐츠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방준성 위원)

▪ “좋은 아이디어다. 사실 지금 새로운 기술들이 막 쏟아지면서, 그럼 20년 뒤에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궁금증들이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현재의 팩트와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를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하면 특히 젊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제정임 위원장)

▪ “지금은 상상력의 시대다. 독자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획이 많아져야 한다. 말 나온 김에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한겨레에 그런 기획을 발굴하는 콘텐츠개발팀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심창식 위원)

▪ “한겨레가 최근 ‘너 페미지? 묻는 사회’ 기획을 시작했다.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너무 큰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양쪽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건강한 사회적 토론의 장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누군가의 밥줄을 끊고 사상 검증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얘기를 좀 더 포용적인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다.”(제정임 위원장)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12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0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연재기사였다.

1. ‘행동’이 필요한 시간-세계기후총회 현장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

한줄평: “시작부터 폐막까지 많은 지면을 할애해 꼼꼼하게 보도” “총회 현장의 논의 과정과 한계 등을 발빠르게 입체적으로 전달”

2. 비자 남은 유학생들, 강제출국 시킨 한신대

전국부 이준희 기자

한줄평: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니…”

3. ‘너 페미지?’ 묻는 사회

스페셜콘텐츠부 채윤태 오세진 기자

한줄평: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페미 사상 검증’의 현주소를 고발하고 사회적 성찰 촉구”

4.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두달, 이-팔 시민 극과극 시선

국제부 노지원 기자

한줄평: “전쟁으로 고통받는 당사자들의 이야기”

5. 중도 사라진 헌재…최근 10년 ‘진영 쏠림’ 심화

사회부 정혜민 기자

한줄평: “데이터를 기반으로 헌재 소장의 중재 역할 필요성 잘 짚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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